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얼마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마트에서 반찬을 훔친 6·25전쟁 참전 유공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참전용사를 돕겠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후원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소정의 기부금과 함께 정성이 가득한 손편지를 전했다.
지난 23일 부산진경찰서에 도착한 손편지에는 최근 생활고로 반찬거리를 훔치다 경찰에 검거된 6·25 참전용사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편지를 쓴 A씨는 “오늘 아침, 한 기사를 보고 이렇게 급히 부산진경찰서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며 “늘 고생하시는 경찰관분들께 폐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단한 금은보화가 아닌, 그저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반찬거리를 훔친 노인분의 소식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슴 한편에 먹먹함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거기에 그분이 1950년 6월 25일,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한국전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천수를 누리며 좋은 것만 보시고 드셔야 할 분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구석진 그늘에서 외롭게 살고 계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A씨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그분들의 피와 땀, 젊음 위에 세워진 땅 위에 사는 우리 후손들이 나설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리 대단치는 않지만 따뜻한 식사 한 끼 할 수 있는 반찬과 그분의 생활 반경 안에서 편하게 쓰실 수 있도록 소정의 금액을 넣은 생활비 카드를 전달 드린다”며 소정의 금액이 담긴 카드를 전달했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가 전한 (기프트) 카드를 보훈청에 전달한 상태”라며 “이날까지 총 40명이 후원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후원자분들의 명단을 정리해 부산보훈청에 전달했고, 6·25 참전용사를 지원하는 방법은 보훈청과 여러 방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생활고를 겪던 80대 참전용사 B씨는 지난 4월부터 한 달여간 부산 금정구 한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젓갈, 참기름, 참치통조림 등 8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오다 당장 쓸 돈이 부족해지자 반찬거리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1953년에 참전했다 제대한 후 30여년 동안 선원으로 일했다. 자녀들이 독립하고 배우자도 세상을 떠나자 단칸방에서 홀로 지내왔다. 검거 당시 B씨는 “계산할 돈이 부족해서 물건을 훔쳤다.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B씨에게 동종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방보훈청은 관할 행정복지센터와 함께 유공자 집을 방문해 생필품 등을 전달한 상태이다.
이 같은 소식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경찰과 보훈청 등에 후원을 희망하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방보훈청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후원을) 주민센터 쪽에서 할지 보훈청 쪽에서 할지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후원자들이) 어떤 형태의 후원을 희망하는지를 파악해 적절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