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형욱 기자 | 서울 강서구에 사는 자취 10년 차 홍모(32) 씨는 지난달 총지출이 167만4234원으로 전년(140만8973원) 대비 18.8% 증가했다. 생활비와 식비가 각각 28.7%, 23.7% 오른 영향이다. 홍 씨는 “세제 등 가정 살림에 필요한 물품, 식재료 등 장 보는 비용이 올라 장바구니에 담기가 겁날 지경”이라며 “인터넷으로 사더라도 예전에 비해 할인쿠폰 발행이 줄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홍 씨의 고정비는 오히려 2% 정도 감소했다. 그는 “택시를 절대 안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버릇을 들였다”며 “가까운 곳은 배달보다 포장 주문을 해서 찾으러 가고, ‘집밥’ 횟수를 크게 늘리는 식으로 절약하려 한다”고 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마트, 편의점 등에서 체감하는 물가가 통계상 물가 상승률보다 두 배 이상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MZ세대들은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타고, 본가에서 반찬을 공수해 식비를 아끼는 등 눈물겨운 ‘고물가 생존기’를 써나가고 있다.
15일 문화일보가 가계부를 쓰는 2030 자취 직장인 3인의 △식비 △생활비 △고정비(관리비·교통비·통신비) 등 5월 한 달 총지출을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평균 13.3%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내역별로 보면, 생활비(30.5%)와 식비(17.9%)는 늘었고, 고정비(-5.2%)는 줄었다.
물가가 상승해 총지출이 늘자, 어쩔 수 없이 교통비, 통신비부터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며 “집 앞 마트에 가서 장을 볼 때 ‘무섭다’는 느낌도 든다”고 입을 모았다.
서대문구에 사는 자취 8년 차 박모(여·29) 씨도 지난달 총지출이 195만6723원으로 전년(172만3242원)보다 13.5% 늘자 급하게 고정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식비(22.9%)와 생활비(54.2%)가 크게 뛰자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기존에 8만 원에 달하던 통신비를 3만 원대의 알뜰폰 요금제로 바꿔 전체 고정비를 19% 낮췄다.
박 씨는 “통신비라도 줄이지 않았으면 전체 지출 증가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식비, 생활비를 아끼려 반찬, 과일 등은 집에서 공수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씀씀이를 줄이려 해도 물가가 올라서인지 비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이제는 취미 생활까지 줄여야 하나 싶어 우울하다”고 털어놨다.
구로구에서 12년째 자취하는 김모(31) 씨는 지난달 생활비(8.6%), 식비(7.2%), 고정비(5.4%)가 전년 대비 모두 올랐다. 총지출도 265만4400원으로 전년(246만6320원)보다 7.6% 증가했다. 김 씨는 “집에서는 대부분 배달을 해서 먹는데 지난해보다 배달비가 30~40%가량 오르면서 식비가 늘었다”며 “교통, 통신비는 그대로인데, 전기, 가스비, 공동청소비 등 관리비가 올랐다”고 했다.
그는 특히 생활비가 크게 오르자 샴푸나 치약 같은 생활용품은 떨어질 때마다 사지 않고, 구독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면도날, 면도크림을 사면 한 달에 1만5000원에서 2만 원 정도 들었는데, 구독서비스는 2개월에 8800원만 내면 리필용 제품이 와서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