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정숙 기자 |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가 6% 올라 외환위기 직후 2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기존 식대로는 ‘런치플레이션’(점심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직장인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11일 직장인들이 모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를 살펴보면, 지난달부터 다른 회사의 식대는 얼마인지를 묻거나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식대를 인상해도 현재 오른 물가를 따라가기엔 모자란다는 내용의 게시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다른 회사의 식대 가격을 물으며 “저희는 4000원이다. 롯데리아에서 햄버거 세트를 못 먹고 햄버거와 콜라만 가능하다”는 게시글을 올리거나, 엘지(LG)화학에 다니는 한 직원은 영업사원의 점심값을 물으며 “우린 5000원씩 주다가 올라서 7000원 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에스엠스틸의 한 직원은 엘지화학 직원의 글에 “지난달에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했는데, 더 올려준다고는 하지만 8000원으로 먹을 만한 게 없더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물가가 진정될 기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직장인들은 구내식당과 편의점 등 ‘가성비 점심’을 찾아 나서고 있다. 30대 직장인 송아무개씨는 한달 식대로 약 18만원을 받지만 회사 주변 식당의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기엔 부족하다고 느낀다. “올해 초만 해도 한 끼 만원에 놀랐는데 이제 만원은 옛날이고, 요즘은 한 끼에 1만2000∼1만3000원이 기본”이라며 “가격이 4500원인 구내식당에 가거나,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사와 점심을 먹는 일이 늘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모바일 식권 서비스 업체인 밴디스가 지난 8일 공개한 1037명 직장인 설문조사(6월29일~7월4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99%포인트) 결과를 보면, 회사가 지원하는 식사 또는 식대 수준에 응답자의 50.5%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다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구내식당 이용이나 식대인상 요구도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인크루트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71.3%가 회사가 현물 식사 또는 식대를 ‘지원한다’고 답했지만, 28.7%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스타트업에 다니는 정아무개(30)씨는 “급여에 포함된 한 달 식대가 10만원인데 구내식당이 없어서 식비를 아끼기도 어렵고, 회사 규모가 작아서 익명으로 식대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