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전은술 기자 | 지난 2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 있는 이동노동자북창쉼터의 문을 열자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퀵서비스 기사 한 명이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330㎡ 면적의 쉼터에는 회의실, 컴퓨터, TV, 안마의자, 책상 등이 갖춰져 있었다. 이곳은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배달라이더 등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휴게공간이다.
주 4~5회 북창쉼터를 찾는다는 퀵서비스 기사 김모씨(66)는 “30분 정도 짬을 내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온다”고 했다. 3일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에서 만난 배달라이더 김규동씨(45)는 “겨울에는 춥고 휴대폰을 충전할 곳도 마땅치 않아 이곳을 찾게 된다”고 했다. 두 쉼터의 일평균 이용자 수는 각각 50명 정도다.
서울시는 2016년 3월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서초구에 이동노동자쉼터를 열었다. 서울시는 마포구 서교동과 중구 북창동 등 5곳에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쉼터도 있다. 강동구는 2019년 9월 이동노동자지원센터를 열었다. 서대문구도 올해 1월 간이 이동노동자쉼터를 연다. 경기, 창원, 부산, 광주 등에도 비슷한 쉼터가 조성돼 있다.
쉼터가 생기기 전 이동노동자들은 도로 위나 PC방, 공원 등에서 쉬는 일이 잦았다. 3년차 배달라이더 김종민씨(37)는 4일 “평소 낮잠 잘 곳이나 잠깐 쉴 곳이 마땅치 않아 카페를 주로 찾았는데 매일같이 가면 비용도 부담되고 시선도 신경쓰였다”고 했다.
쾌적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이동노동자들의 근무시간에 비해 운영시간이 짧은 탓이다. 이정오 배달의민족 중구지회장은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을 하는데 일찍 문을 닫아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북창쉼터의 운영시간은 오후 8시까지다. 셔틀버스 운전자가 주로 이용하는 은평구 불광역 인근 쉼터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대다수 쉼터는 주말과 공휴일에 문을 닫아 정해진 휴일이 따로 없는 이동노동자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다.
배달라이더들은 활동구역이 자치구 1~2개 정도로 한정돼 있다. 그렇다보니 멀리 떨어진 거점형 쉼터를 이용할 엄두를 못내는 경우도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 노동조합 소속인 김문성씨(54)는 “쉼터에 오고 가는 시간이 아까워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규모가 조금 작더라도 구마다 쉼터가 만들어져야 노동자가 편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차공간 미비도 문제다. 김씨는 “합정쉼터의 경우 오토바이를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2021년 6월 문을 연 도봉구 간이이동노동자쉼터는 이용자 수가 적어 1년 2개월 만에 문을 닫기도 했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하루 이용객이 평균 4명 정도밖에 안 되는 등 수요가 적었고 원래 부지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대체부지 선정도 원활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원구도 2021년 11월 자체적으로 2곳에 쉼터를 운영했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운영을 중단했다.
양용민 이동노동자북창쉼터 선임간사는 “쉼터까지 오는데 신호를 여러 번 거쳐야 하면 안 오겠다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며 “경기도 일산의 주요 상권 ‘라페스타’에 인접한 쉼터는 하루 평균 100명 이상 온다. 접근성을 고려해 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리기사들은 주로 야간시간대에 쉼터를 이용하는 등 직종별로 이용시간대가 다른 만큼 개방시간을 확대해 불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