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정숙 기자 |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 주부(47)는 요즘 쓱닷컴에서 장을 볼 때마다 노브랜드 ‘라면 한그릇’ 5개 묶음(1980원)을 꼭 산다.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가격이 착한 데다 일반 라면과 맛에 큰 차이가 없어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에 대중교통 요금까지 오르니 라면조차 마음놓고 사 먹기가 부담스럽다”면서 “한푼을 절약하려면 짠순이 살림을 할 수밖에 없는데 노브랜드 라면은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아 재구매 1순위”라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에 밥상 물가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유통업체가 직접 개발한 PB 브랜드 ‘저가라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두부와 콩나물 등 식자재 가격까지 안 오르는 게 없는 요즘 서민들의 대표 한끼 식사인 일반 라면 가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노브랜드의 ‘라면 한그릇’이 고물가시대 가성비 라면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만 100만 개 이상이 팔리는 등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41% 상승했다. 특히 물가 상승이 심화한 올해 들어서는 더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매출이 전년 대비 89.7% 증가하는 등 한 달 동안에만 12만9000개가 팔려나갔다.
노브랜드 라면의 인기 비결은 여러 가지 재료를 넣는 대신 본연의 라면 맛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데 있다. 쫄깃한 면발과 구수한 소고기 국물에 살짝 매운 맛이 감도는 라면 한그릇은 5개에 1980원으로 가격이 개당(115g) 396원에 불과하다. 지난 2016년 출시 후 가격을 한번도 올리지 않았다. 노브랜드 짜장 라면은 5개에 2280원(개당 456원), 육개장 컵라면도 개당 5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팔도와 협업한 만큼 맛과 가성비를 모두 잡았다는 평을 얻고 있다”면서 “온·오프라인에서 판매 중인데 SSG닷컴 리뷰만도 4만건이 넘고 평점도 4.8점으로 높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국민 라면’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삼양식품의 라면 제조 비법을 담아 출시한 국민라면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맛에 주안점을 뒀다. 가격도 착하다. 5개에 2500원, 개당(114g) 500원이다. 홈플러스는 국민라면이 매장에 진열하기가 무섭게 팔려나가자 국민비빔면·국민짬뽕 등을 잇따라 시리즈로 내놨고 최근에는 리뉴얼에 들어가는 등 새롭게 준비 중이다. 홈플러스가 지난 12월 말 삼양식품과 야심적으로 선보인 이춘삼 짜장라면(128g)도 잘 나가고 있다. 출시 9일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되는 등 지난 12일 현재 누적 판매량이 낱개 기준 160만 개를 넘어섰다. 가격은 4개에 2000원으로 개당 500원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것이 리얼 춘장 39.6%(삼십구점육프로)’의 첫 글자를 딴 이춘삼은 단순한 저가라면이 아닌 진짜 춘장을 듬뿍 넣은 짜장라면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이마트24의 ‘아임e 민생라면’도 호평을 얻고 있다. 2018년 팔도와 함께 선보인 민생라면은 칼칼한 소고기 국물 맛이 일품으로 누적 판매량이 2300만 개를 넘어서며 매출 100억 원을 가뿐히 돌파했다. 가격은 일반 라면 대비 40%가량 저렴한 개당(115g) 550원이다. 이마트24는 봉지 면의 인기에 힘입어 2019년 민생라면컵(800원)을 출시하는 등 지금까지 라면 베스트5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PB 상품이라도 라면 전문업체와 협업 생산하기 때문에 라면 본연의 맛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면서 “서민들의 물가 부담에 가성비 높은 실속 라면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면업체들은 지난해 인건비·물류비·원재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주요 라면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특히 농심은 1년 동안 2차례 평균 19.3% 인상했고 대형마트 기준 개당(120g) 676원이던 신라면은 현재 810원에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