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광명 기자 |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21일 한국에 상륙했다. NFC 단말기가 설치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현대카드로만 쓸 수 있어 초기 사용은 제한적인 편이다. 또 애플페이는 삼성페이와 달리 제휴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어서, 다른 카드사들도 추이를 지켜본 후 도입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현대카드는 이날 서울 용산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스페셜 이벤트’를 열고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알렸다. 아이폰과 현대카드를 보유한 이들은 NFC 단말기를 보유한 매장에서 휴대전화로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NFC 단말기를 설치한 매장은 10% 정도다. 현대카드가 발급한 신용카드라도 아멕스 제휴카드는 아직 지원되지 않는다.
별도 앱 설치는 필요 없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에 설치된 애플페이 앱에서 플러스 버튼을 눌러 카드를 등록해 결제하면 된다. 맥과 아이패드에서는 웹에서 해당 기능을 쓸 수 있다.
이날 기준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과 코스트코,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다이소를 비롯한 오프라인 가맹점과 배달의민족, 무신사, 대한항공, 폴바셋, 이니스프리 등의 웹·앱이다. 자세한 가맹점 정보는 애플 홈페이지(apple.com/kr/apple-pay)에서 확인할 수 있다. NFC 단말기가 설치된 스타벅스와 이마트 등 주요 신세계 계열사에서는 아직 쓸 수 없다. 신세계의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쓱(SSG)페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도입 여부는 추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애플페이에 대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에 따르면 카드번호와 결제정보는 애플 서버나 개인 단말기에 저장되지 않는다. 애플페이는 고유 기기 계정번호를 생성한 뒤 암호화 과정을 거쳐 단말기 내부 ‘시큐어 엘리먼트(Secure Element) 칩’에 저장한다. 아이폰이 분실되거나 도난당했을 경우, ‘나의 찾기’를 통해 결제를 빠르게 잠금 또는 중단 처리할 수 있다.
애플 사용자라고 밝힌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한국에서도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편의점에서) 애플페이로 물을 사 마시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일이 이뤄졌다”며 “사용처의 빠른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현대카드 가맹점의 50%에서 애플페이를 쓸 수 있으며, 17만명이 애플페이 등록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애플페이 출시로 국내에서 간편결제가 가능한 유일한 스마트폰이었던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아이폰에 점유율을 일정 부분 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63％로 다른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에 간편결제 기능이 도입되면 20∼30대 사용층이 두꺼운 아이폰 점유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막기 위한 간편결제 업계의 합종연횡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빠르면 오는 23일부터 네이버페이와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으로 결제 연동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카오페이와도 간편결제 상호 서비스 연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단말기 보급은 정부와 애플페이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들이 지원에 나선다 해도, 수수료 문제를 풀어야 한다. 애플은 다른 국가처럼 한국에서도 결제액의 최대 0.15% 가량의 수수료를 별도로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페이도 결제 수수료 유료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현실화할 경우 카드업계는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폭탄을 떠안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