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이성제 기자 | "사건 현장도 하나의 '링'이에요. 그러나 심판은 없죠. 압도적인 물리력으로 상대를 제압해야 해요."
경기남부경찰청 경무기획과 교육계 소속 이지혁 경장은 지난 4일 연합뉴스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경장은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지역경찰관'을 상대로 물리력 대응 교육을 하는 전담 교관(공식명칭 '전종교관') 5명 중 한 사람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의 물리력 대응 교육은 지난해 6월 출범한 '동료안전 수호천사'로 선발된 경찰관 170여 명이 같은 경찰서 소속 동료들을 대상으로 체포술 등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경찰청은 그러나 교육의 내실을 더욱 다져야 한다고 보고 올해 들어 교육만 전담으로 하는 전담 교관 제도를 시행했다.
제도 시행 후 이 경장을 비롯한 전담 교관들은 112 신고 출동 등 현장 업무를 주로 하는 지역경찰관의 훈련을 맡고 있다.
지역경찰관 외에 경찰서 등에서 근무하는 다른 경찰관들은 기존의 동료안전 수호천사 교관으로부터 교육받는 식으로 체계가 이원화됐다.
이 경장은 "지역경찰관들은 항상 현장에 출동해야 하다 보니 물리력 대응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며 "전담 교관 제도 시행에 따라 지역경찰관이라면 누구나 상·하반기 각 8시간의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도를 시작해 성인이 돼 일반 선수로도 활동했던 이 경장은 키 184㎝, 몸무게 117㎏의 거구로, 지난해 10월 경찰청장기 유도 대회에서 중량급 우승을 차지한 유도 실력자이다.
앞서 동료안전 수호천사로도 활동했던 그는 교육에서 유도 기술을 가르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제한된 시간에 다수를 상대로 진행하는 교육에서 유도 기술을 소개하는 것은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경장은 "교관이 유도 전문가라고 해도 유도를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교육생에게 몇 시간도 안 되는 짧은 교육 시간 동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교관 주특기에 따라 교육 내용이 유도, 태권도, 주짓수 등으로 제각각이라면, 그것도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전담 교관으로 첫발을 내디딘 지난 3월 이 경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함께 선발된 전담 교관들과 머리를 맞대 기본 교육 매뉴얼을 제작한 것이었다.
매뉴얼은 대상자의 행위 등에 따라 경찰관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의 수준을 5단계(순응·소극적 저항·적극적 저항·폭력적 공격·치명적 공격)로 나눠 소개하고, 대응 방식을 가르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경장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는 언제나 비례원칙에 입각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경찰관에게 침을 뱉고 밀치는 등의 '적극적 저항'을 하는 대상자에게는 꺾기나 태클 등의 물리력 행사가 가능하다고 이론 교육을 하고, 실전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을 전수하는 식으로 매뉴얼에 따라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뉴얼은 동료안전 수호천사 교관들에게도 전달돼 현재 통일된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는 게 이 경장의 설명이다.
전담 교관 제도 시행 후 물리력 대응 교육은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