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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자가 간다

[오송참사 1년] ①"비만 내리면…" 아물지 않는 아픔

말없이 눈물만 삼킨 첫 제사…"747번 버스만 보면 어머니 생각이"
운전대 못 잡아 직장 복귀 못 한 생존자도…"최고 책임자 처벌해 또 다른 인재 막아야"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40분.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인근 미호강 임시제방이 붕괴하면서 들이닥친 물에 순식간에 잠겨버렸습니다. 당시 지하차도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희생자 14명의 유족, 그리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의 통한과 트라우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당시 사고는 여러 행정기관의 무사 안일주의와 주먹구구식 행정 처리가 빚어낸 인재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아픔, 검찰의 중대시민재해 기소 등 향후 수사 전망, 오송 참사 이후의 안전 정책 변화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아픔은 누르고 사는 것이지 작아지거나 잊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지난해 오송 참사로 남동생 A(30대)씨를 떠나 보낸 누나 김모(30대)씨는 지난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눈물을 쏟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가족을 잃은 허탈감과 억울함을 달래지 못하고 밀려오는 슬픔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생존자들은 혼자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동생이 살수도 있지 않았을까요"…유족들 아직도 통한 속에

 

5년 차 초등교사였던 A씨는 뛰어난 유머 감각과 다정다감한 성격 덕에 학생들은 물론 동료들 사이에서 늘 인기가 좋았다.

 

어머니에게는 틈이 날 때마다 전화해 마지막엔 꼭 "사랑한다"는 말을 덧붙이는 살가운 아들이었다.

 

세 가족은 A씨가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면서부터 서로 의지하며 꿋꿋이 살아왔다. 특히 5살 터울의 김씨는 동생을 자식 키우듯 보살폈다.

 

그러나 동생은 당일 오송에서 입사 시험을 보는 처남을 차로 바래다주는 길에 사고를 당해 혼자

서만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그의 시신은 지하차도 밖 100m 지점에서 사고 약 한 시간 만에 가장 먼저 수습됐다.

 

김씨는 동생이 조금만 일찍 구조됐다면 혹여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 속에 매일을 산다고 한다.

 

비만 오면 가슴이 쿵쾅댄다는 그는 "맨 처음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이 보트도 없이 로프만 들고 왔다고 들었다"면서 "동생은 별다른 부상도 입지 않았었는데, 제대로 된 장비로 조금이라도 일찍 구했더라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며 애써 숨을 골랐다.

 

이어 "어머니와 함께 매주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데, 감정을 조절해주는 약을 먹어도 동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진다"며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들어 동생 사진도 정말 보고 싶을 때만 꺼내 본다"고 울먹였다.

 

김씨와 그의 어머니는 지난 2일 A씨의 첫 제사(음력)를 지냈다. 모녀는 향초가 다 타들어 갈 때까지 검은 액자 속 막내의 얼굴만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을 삼켰다.

 

김씨는 "동생을 잃은 뒤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믿음이 싹 씻겨져 나갔다"면서 "평생 이렇게 힘들까 봐 두렵다"며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유족 이모(52·남)씨는 747번 시내버스만 보면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 B(70대)씨는 그날따라 원래 타던 버스 대신 747번 버스를 탔다. 오송읍에 청소 일을 하러 동료 2명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가 모두 비운의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당일 오전 8시쯤에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와 '출근하고 있는데 빗물에 길이 막혀 돌아간다'고 했는데 이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몰랐다"면서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하셨던 분인데 작별 인사도 못한 게 너무 원통하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여동생 이미경(49)씨는 "1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어머니를 잃은 아픔은 평생 갈 것 같다"며 "그 누구도 저희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유족들이 최고책임자들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계속 외치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제 잘못이었을까요"…생존자들 트라우마 여전

 

생존자들은 죄책감과 트라우마 속에 힘겨운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이모(23·여)씨는 지하차도 안에서 물살에 휩쓸려 자신의 차량과 부딪혔던 SUV 차량 운전자의 실루엣이 아직도 불현듯 떠오른다고 한다.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혼자서만 급히 헤엄쳐 나왔는데, 상대 차량 운전자가 숨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뒤부터 악몽 같은 죄책감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제 잘못이 아니라고 되뇌어도 자꾸만 스스로를 질책하는 마음이 들고, 그것이 괴로움이 된다"면서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그는 운전대를 잡는 것이 두려워 본업 복귀를 기약없이 미루고 있다.

 

대신 집 근처 부모님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창 커리어를 쌓아야 할 시기를 흘려보내는 것 같아 불안감이 크다. 그는 과거에 했던 메이크업 공부를 다시 하면서 초조함을 달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엔 운전대조차 잡지 못했는데, 올해는 그래도 근거리 운전은 하고 있다"면서 "아직 터널을 지날 때는 너무 무섭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차량을 몰고 또 시내에 갈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애써 웃음 지었다.

 

또 다른 생존자 한근수(58·남)씨는 차량을 몰고 다닐 때마다 종종 마주치는 터널에 겁을 집어먹는다.

 

터널 구간이 너무 길거나 혹여 정체라도 생기면 가슴이 갑갑해지면서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들다고 했다. 비가 내리는 날엔 불안증세까지 겹쳐온다.

 

타일 기능공인 한씨는 사고 뒤 트라우마로 일을 관뒀다가 올해 2월에야 겨우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지하차도 안에 두고 온 이들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 일손을 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는데 세상은 벌써 오송 참사를 잊은 것 같다"며 "지하차도에 두고 온 분들을 떠올리면 이게 가장 죄송스럽게 느껴진다"고 힘없이 말했다.

 

오송 참사 유족과 생존자들은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에서 시작된 나흘간의 '기억과 다짐 순례' 행진을 지난 11일 충북도청 앞 추모 집회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최은경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오송 참사가 변방의 참사로 여겨지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시민들께서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고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끝까지 관심을 가져달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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