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언제적 박근혜(전 대통령이)고. 이제 가만 있어도 찍어주는 대구가 아니다.”
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의 한 의원이 대구시장 경선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만 팔아서 승리하던 그 대구, 경북이 아니다”라며 “더불어민주당 5년 집권 동안 (대구가) 상대적으로 낙후됐다고 생각하는 대구 시민들은 예산 확보와 국민의힘 내부에서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박 전 대통령의 이름만을 갖고 정치적 기회를 노리는 후보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춰야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바람이 미풍으로 그쳤다. 대구시장의 열쇠를 박 전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지난 23일 홍준표 의원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최종 낙점되면서 친박의 정치적 재기가 불거품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먹고사는 걱정에 대구시민들 ‘향수’ 보다 ‘실리’ 선택
이번 경선에서 대구 시민들이 박 전 대통령이 지원하는 유영하 변호사가 아닌 홍 의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25일 대구 시민들은 먹고사는 문제 앞에 더 이상은 정치 논리는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동성로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세계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월세 조차 내기 어려운 마당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요하느냐”며 “그래도 힘 있는 정치인이 대구를 위해 예산도 확충하고, 제대로 성장 발전을 계획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이모씨도 “젊은 층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없다”며 “국민의힘에서 인지도와 경쟁력을 가진 홍 의원이 보다 시민들의 먹고사는 걱정을 덜어줄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는 1인당 GRDP(지녁내총생산)에서 28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대구의 1인당 GRDP는 17개 주요 지자체 중 꼴등인 2396만원이다. 1위인 울산(6020만원)이나 충남(5172만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친다.
대구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한 것 외엔 대구 지역에서 내세울만한 경력이나 성과가 없었다“며 “시민들이 대구의 성장을 위해 냉정하게 홍 의원을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기 노렸던 친박계, 지방선거 패배로 ‘흔들’
박 전 대통령은 사저에 머물면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유 변호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영상을 통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것은 유 후보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며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하였지만 못 다한 이러한 꿈들을 저의 고향이자 유 후보의 고향인 이곳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해 이뤄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대구 정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대구 시장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이와 함께 친박계의 부활을 점치기도 했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은 대구 정가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선 참패로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의 정계 부활도 물거품이 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권력의 속성상 한쪽으로 쏠렸다 나갔다는 하는 현상을 반복한다. 박 전 대통령은 포장된 이미지를 걷어내고 보면 정치적인 영향력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며 “결국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인 영향력과 권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구 시민들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홍 의원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