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배달앱 없이는 못살겠어요. 그런데 배달앱 때문에 못살겠어요."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 제한으로 지난 2년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온 외식 자영업자들에게 배달앱은 그야말로 애증의 대상이다. 가게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푹 꺼진 외식 수요가 상당부분 배달앱으로 옮겨가면서 그나마 가게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부족한 라이더 공급에 따른 배달료 인상에다 배달앱 플랫폼 이용 수수료 부담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 상당수가 코로나 이후 '배달음식에 길들여진' 상황에서 배달앱에 의존해온 사업구조가 업주들을 옥죄는 형국이다.
"폐업 대안도 없고…그나마 배달이 가게 살렸다"
배달은 코로나시대를 거치면서 음식점의 주된 매출채널로 자리 잡았다. '홀 영업'만 고집하던 상당수의 음식점들은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생전 해보지 않던 배달에 뛰어들었다. 자체 배달역량이 없던 이들은 배달앱 플랫폼에 의존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빅데이터 활용 외식업 경기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 매출 101조5000억원 중 배달앱 매출 비중은 15.3%(15조6000억원)였다. 오프라인 매출에 비하면 적지만 2019년 3.7%, 2020년 8%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간 4배로 불어난 셈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김삼희 실장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상황에서 57.1%의 자영업자가 폐업을 고민했다. 이들이 폐업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안이 없어서"(64.4%)였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것은 "포장/배달에 따른 매출 상승 노력"이었다. 임대료 지출이 지속되는 등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배달앱이 활로를 열어준 셈이다.
자영업자 10명 중 7명 "배달료 부담스럽다"
배달앱이 코로나발 업황 부진을 돌파하는 데 적지않은 '공'을 세웠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매출은 유지했지만 수익이 이에 비례하진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늘어나는 배달 수요에 따른 라이더 수급 경쟁과 이에 따른 배달료 및 수수료 증가가 만만치 않아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앱 이용사업자들은 주문 건당 평균 3394.3원의 배달비를 부담했다. 4000~4500원 미만을 지불하는 사업자도 19.3%였다. 배달비가 부담스럽다는 답변은 69.3%에 달했다. 적정하다(9.0%)는 극히 적었다.
배달료 외에 배달앱 중개수수료에 대한 부담감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기부 조사에서 자영업자 중 71.3%가 중개수수료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는 2020년 조사에 비해 9%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배달앱의 항변 "코로나 이전보다 줄어든 마케팅비 간과한 것"
이 같은 소상공인의 불만에 배달 플랫폼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이전에 전단지 배포 등 오프라인 마케팅에 들어가던 비용, 라이더를 직접 고용할 경우 드는 고정비, '목 좋은' 점포를 얻기 위해 내던 주요상권 임대료 부담 등이 줄어든 영향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오프라인 영업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지불하던 비용이 줄어든 것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배달료, 앱 중개수수료 등에만 소상공인의 하소연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소상공인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식자재 가격 급증,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배달앱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플랫폼 활용도에 따른 외식업주들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이른바 외식업판 '디지털 디바이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달앱 의존도 심화나 라이더 증가 모두 디지털 전환의 필연적인 결과"라며 "이러한 전환 자체를 막기보다는 디지털 활용도가 떨어지는 소상공인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