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정종원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20일로 49일째를 맞은 가운데 ‘마라톤 교섭’ 중인 하청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고 있다.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졌지만, 노사가 제시한 임금 인상 폭의 격차가 여전히 커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7000억원 이상의 파업 피해에 대해 노조 측이 대우조선해양에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와 대우조선 사내협력사 교섭대표 측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대우조선해양 서문금융센터 6층에서 교섭을 진행했다. 하청지회는 물밑 협상을 통해 임금 인상 폭을 양보하며 의견 접근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장 안팎에서는 최종 타결 가능성도 점쳐졌다.
다만 노조 양보안의 사측 수용 여부, 대우조선해양의 손해배상 청구, 원청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임금 인상 30%를 고수하던 하청지회는 전날 교섭에서 올해 5%, 내년 10% 인상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4.5%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 농성으로 선박 건조 작업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7000억원 이상의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교섭에 걸림돌이다. 통상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회사 쪽 손해는 교섭이 타결될 때 노조에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피해액이 상당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원청이 아닌 하청지회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인 데다, 손실을 알고도 책임을 묻지 않으면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원청 노조인 대우조선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움직임도 부정적 기류를 더하고 있다. 대우조선지회는 파업이 장기화하자 “금속노조가 하청지회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탈퇴를 예고했다. 21일까지 총회에서 조합원 4700여명이 탈퇴를 결정하면 4년 만에 다시 기업별 노조로 전환된다.
금속노조는 이날 서울과 거제에서 동시에 결의대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조합원 약 4500명(경찰 추산)은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1.8㎞ 구간을 행진한 뒤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역에서 본대회를 이어 갔다. 거제에서도 같은 시간 1만여명이 모여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등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이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윤애림 박사는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사실상 원청과 교섭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이를 회피하는 원청에 있다”고 말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사내하청이라는 고용 시스템은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봉건적인 형태”라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원청업체가 단체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범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거제로 내려가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노조 측과 각각 면담했다. 이 장관은 “노사가 자율·평화적으로 타결한다면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