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이성재 기자 | 최근 찾은 강원 동해시 이도동의 한 옥수수밭. 이곳에서 3200㎡(968평) 규모로 옥수수를 재배하는 강모씨는 밭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가 보여준 옥수수잎엔 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이 뚜렷했다.
강씨는 “지난달말 열대거세미나방 유충이 밭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대로라면 정상적인 수확이 불가능해 미련 없이 로터리 작업을 하려 한다”고 씁쓸해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원장 임상현)에 따르면 이번 열대거세미나방 유충은 올해 도내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다. 도농기원은 8월말∼9월초 가을 태풍이 지날 무렵, 중국에서 편서풍 기류를 타고 날아온 암컷 나방이 낳은 알이 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농기원 환경농업연구과 담당자는 “해당 농가는 옥수수 2기작을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옥수수를 늦게 심었는데 피해를 보게 돼 안타깝다”며 “올해는 나방 발생시기가 예년보다 한두달 늦어 그나마 피해규모가 줄었다”고 밝혔다.
열대거세미나방은 애벌레 시기에 주로 옥수수 등의 잎과 줄기를 갉아먹는 해충이다. 이밖에도 벼·콩·수수 등 80여종 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보고됐으며, 암컷 성충 한마리가 알을 최대 1000개 낳는 데다 바람을 타고 하룻밤에 100㎞ 이상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도농기원과 동해시농업기술센터는 해당 농가에 <알타코아> 입상수화제를 지원하는 등 긴급 방제에 나섰다. 농기센터 관계자는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정밀예찰을 진행했으며 다행히 추가 피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도 도내 전역으로 확산되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화천군 상서면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돼 붉은빛을 띠며 말라 죽은 잣나무들이 발견되며 국내 최북단 감염사례가 보고된 데 이어 삼척시 등봉동 일대에서도 6일 감염된 소나무 6그루가 발견됐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5월∼2022년 4월 도내에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 나무는 7792그루로 확인됐다. 2020년 5월∼2021년 4월 집계된 5969그루보다 무려 30.5% 증가한 수치다. 발생 지역도 춘천·원주·동해·삼척·홍천·횡성·정선·화천 등 총 8개 시·군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동해와 화천은 올해 신규 발생지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11월말까지 유관기관과 협력해 역학조사와 항공·지상 정밀예찰, 감염목 주변 나무 베기, 예방주사 등 긴급 방제 활동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추가 확산 우려가 여전히 높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신속한 방제가 매우 중요하므로 소나무류 고사목을 발견하면 시·군 산림부서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