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할매 또 식사 안하셨지? 바라 이바라 밥 고대루네" 손녀처럼 보이는 학생이 왠 어르신께 하는 소리다. 어르신은 밥맛없다고 손사래 치시고 학생은 김에 싼 밥을 들고 억지로라도 먹으라면서 실갱이중이었다.
"저 처자? 내 손녀아니야. 가끔와서 밥도 챙겨주고 약도 챙겨주고 언제부턴가 다리 아프다니까 물리치료도 해주고있어." 청도 사시는 김씨(84)할머니는 `잔소리학생`이라면서 웃으신다.
친 손녀보다 더 살갑고 기다려 진다는 김할머니는 오늘은 밥 안먹고 약 먹는다고 잔소릴 들었다며 `잔소리학생`을 소개 해 준다
올 해 대구한의대 물리치료학과를 졸업 한다는 박 채연(26)양.
"할매 밥 안먹고 약만 먹음 낫는다드나. 할매 운동처방전 받아왔다. 오늘은 약 묵고 찜질 쫌 하자. " 잔소리에 김할머니는 싫지 않은 듯 먹여주는 밥을 받아 드신다.
"연이 만난거는 몇 년 됐어. 쟈가 고등학교 다닐 때 봤었으니까. 지 엄마 손 잡고 왔드라고. 설거지하고 청소할동안 내 말동무가 되주고 잔 심부름도 하더니 어느 날 부터는 혼자오데. 지 엄마가 동네 할망구들 데리고 병원 다녀오면 채연이가 나머진 다 해."
언제부터 봉사 하신건지
봉사요? 초등학교 때는 필수라서 했어요 대구 북구에 성보재활원이라는 곳이 었는데 엄마 손잡고... 아니지 끌려갔었어요. 보통은 엄마들이 많이 해준다는데 왜 난 가서 해야 하냐고 막 따졌었어요. 그랬더니 `니 숙제 니가 해라`그러셨어요. 근데 거기서 보고 격은게 제겐 충격이었어요. 재활원 아시잖아요 어떤 곳인지. 팔 다리는 꼬였는데 엄마보면 좋다고 침흘리면서 웃는데. . . 무서웠었어요. 근데 엄마는 팔을 활짝 벌리곤 안아주면서 보고싶었다 하시며 웃으셨어요. 그렇게 엄마손에 끌려다니다 시피 하다가 중학교때는 팔공산 어르신 케어 해드리고. 암튼 엄마 따라 많이 다녔어요. 연탄도 날라보고, 저 연탄 그때 처음 봤어요. 도배도 거들어보고 청소도 해보고. 그게 습관 됐나봐요
제가 본래 운동했었어요. 합기도 선수단도 하고 중학교때는 펜싱 주장 했었고. 부상때문에 중간에 접었는데. . 태권도 사범도 했었고. 암튼 부상때문에 운동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요 전 중간에 전공을 바꿨어요. 중앙대 미디어컨텐츠 전공하다가 엄마가 봉사하시면서 물리치료나 재활하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시기에 대구내려와서 수성대학교 재활 졸업하고 한의대 공부한거예요. 제 적성에도 맞고. 덕분에 어르신들이 이뻐해주세요. 제가 의사가 아니라 많은걸 해 드릴 수는 없어요. 할 수있는것만 해드려요.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닌가?
봉사에 나이가 어디있어요. 그냥 하면 되지. 언제 부턴가 봉사점수 채우기 위해서 엄마들이 봉사 다닌다는걸 들었어요. 그건 잘못된거라 생각해요. 봉사 해봐야 많은걸 느끼고 보고 배울 수 있어요. 학교 수업이 전부는 아니거든요. 공부해야한다, 학원가야 해서 시간없다 핑계로 봉사를 대신 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겉으로 보기엔 내 아이를 위한 길 인것 같지만 봉사 할 수 있는 기회를 뺏는것과 같다고 생각해요.우리집이요? 울 엄마 모르시죠? 제 동생도 지가 알아서 봉사점수 채웠어요. 절대 해 주질 않으세요. 처음에야 원망 스러웠는데 이젠 고마워요. 어릴때 엄마손에 이끌려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 저는 모르고 살고 있을 세상이예요. 독거노인, 조손가정, 내 나이보다 어린 친구가 가장이고, 이건 현실이예요. 그리고 도운다가 아니고 배우는것 같아요. 제게도 할머니가 계시는데 자꾸만 신경쓰여요. 매일 전화를 드리지만 모자라는것 같아요. 아마도 여기 어르신들을 봐서 그런걸겁니다. 여기 어르신들 아니었으면 내 할머니를 생각 안했을거예요.
하고싶은 말이있다면?
나이가 어리고, 시간이 없어서 ,몰라서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누구나 똑 같아요. 하지만 조금만 눈 돌리면 도움을 요하는 분들이 많아요. 할 수 있는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큰걸 하라는것도 바라지도 않아요. 오히려 어린 친구들이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어릴때 봉사해야 그게 저처럼 습관되어서 오래 한다고 봅니다. 봉사는 습관이거든요. 지금은 같이 봉사하는 제 친구들도 봉사하길 참 잘했다고 말 해요. 내 엄마 아빠 어깨 한 번 주물러 드리고 다정하게 말 한마디 먼저 하고, 또 전화 한통만 해도 봉사한다 생각해요. 가까이 있는 분들 먼저 챙기셨음 좋겠어요.
긴 꽁지머리 달랑거리면서 할머니 허리를 만져주는 박 채연양을 보면서 옆에서 찜질 하고 계시는 조할머니가 한마디 거든다. "내 새끼보다 저 잔소리쟁이가 더 기다려진다. 이뻐 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