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경환 기자 | 동아제약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박카스F 공급가를 인상했다. 반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박카스D 공급가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해 '선택적 가격 인상 결정'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아제약은 오는 3월부터 편의점용 박카스F 공급가를 9.4% 인상한다고 15일 밝혔다. 동아제약은 박카스F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해 "원재료비, 인건비 및 제반 경비의 지속된 상승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부담을 감안하여 공급가 인상시점을 최대한 늦춰 왔지만 부득이하게 편의점용 박카스F의 공급가를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아제약의 박카스F 공급가 인상에 따라 편의점 판매가 또한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박카스F 가격은 9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른다.
반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박카스D는 이번 가격 인상 결정에서 제외됐다. 박카스D와 박카스F는 성분과 함량, 용량 차이가 있다. 심지어 박카스D는 박카스F보다 공급가가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카스D는 약국에서 600~700원에 판매된다.
이에 대해 편의점 업계는 제조사의 비용 부담을 편의점만 짊어지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그렇지 않아도 박카스D와 박카스F 가격 차이가 꽤 되는데 박카스F만 가격을 인상하면 편의점서 박카스 사던 손님들이 약국으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약업계에서도 동아제약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한 제약사 일반의약품 PM은 "정부에서 일반의약품 등의 가격인상을 만류하는 분위기인데 동아제약이 편의점을 통해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을 찾은 듯하다"고 분석했다.
박카스F와 박카스D 자체는 일반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이다. 2011년 박카스가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변경되면서 약국 이외의 장소(할인점, 편의점 등)에 박카스를 유통할 수 있게 됐다. 동아제약은 유통 채널의 다변화를 반영해 박카스F를 약국외 채널에 유통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 박카스 제품군은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품목 중 하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제약 업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민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업체가 자체적으로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일반의약품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가격 인상 조치를 자제해달라는 의미로 읽힌다.
이를 감안, 제약업계는 동아제약이 정부의 당부를 우회적으로 회피하는 전략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의약품이 아닌, 그것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박카스F 공급가만 인상하는 방법을 통해 약국과의 우호적 관계 우지, 정부의 인플레이션 억제 당부 준수, 마진율 향상의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아제약과 동아ST 등 동아그룹에서 제공하는 모든 제품과 상품은 대부분 약국으로 공급되는데 박카스D 약국 공급가를 싸게 유지하는 것은 약국과 동아그룹 관계 정립에 유리한 요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