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이성제 기자 | 정부가 제정을 약속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가칭·노동약자보호법)은 현재 노동법체계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기댈 언덕법'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와 현장 노동자 등이 주문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주최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 노동약자들에게 국가는 '기댈 언덕'이 돼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전통적 노동법 체계는 사용자를 특정해 의무를 부과하고 이로써 근로자의 보호가 구현되도록 설계됐다"며 "그러나 지불능력이 아예 없는 근로자 같은 사용자가 존재하고, 산업구조 변화로 사용자가 모호하거나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영세사업장 소속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종사자 등과 같은 노무제공자, 그리고 작업 장소와 시간 등이 달라 단결권 행사가 사실상 어려운 노동자 등은 현재의 노동법 체계로 보호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권 교수는 "타인의 사업을 상대로 한 노무제공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자로서 '사회적 보호필요성'이 높은 사람에게 상응하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노동법체계의 제도 실패를 보완하는 것"이 바로 노동약자보호법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다만 "노동약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와 지원은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배려와 은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국가 지원과 보호에 상응해 노무제공자들의 상호조직화된 소통을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 노동시장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프리랜서와 대리운전 기사, 영세사업장 근로자, 비정규직 등이 참석해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토로하며 법안에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프리랜서 통·번역가인 우기홍 씨는 "일부 에이전시가 지위의 우월성을 이용해 70%까지 수수료를 챙기는 등 갑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박현호 경기 비정규직센터소장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작은 사업장 복지 조례 제정, 근로계약 공인인증제 추진 등을 제안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노동약자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며 노조 밖 미조직 근로자나 플랫폼 종사자 등을 위한 법 제정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선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보다 근로기준법 대상을 확대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주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별도 법 제정이 아니라 노조법에 노동약자를 포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동약자는 배려의 대상이 아니다. 시혜 차원에서 베푸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