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 서울중앙지검장과 산하 2∼4 차장검사, 서울남부지검장과 수원지검장 등에 ‘윤석열 사단’을 포진시킨 것은 문재인 정권에서 중단되거나 좌초된 권력 수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장관이 지난 17일 취임사에서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범죄자뿐”이라며 강력한 ‘사정 태풍’을 예고한 만큼 ‘정치 보복’ 프레임을 내건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1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발표되자 검찰 내부에선 “할 일을 하는 검사들이 복귀했다”는 평가와 함께 그동안 ‘친문’ 검찰 간부들에 의해 막혔던 권력수사들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지휘할 송경호(사법연수원 29기) 수원고검 검사가 선봉에 설 전망이다. 그는 한 장관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국(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했다가 좌천됐다. 송 지검장 산하 차장들도 ‘윤 라인’으로 전면 배치됐다. 2019년 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조국 수사를 맡았다 좌천됐던 고형곤(31기) 포항지청장은 반부패 수사를 지휘하는 4차장으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특혜 개발·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 수사를 지휘한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은 4차장이 직접 팀장으로 전담수사팀을 운용하는 만큼 특수통인 고 지청장이 수사 지휘·실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혹은 이정수 중앙지검장·김태훈 4차장 시절 성남시청에 대한 늑장 압수수색, 이 전 후보의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직 강요 의혹’ 무혐의 처분 등으로 ‘봐주기 수사’란 비판을 받았다. 박영진(31기)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2차장으로 우리들병원 불법 대출 위증 의혹을 지휘한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로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 사건을 전담할 서울남부지검의 검사장으로 새로 임명된 양석조(29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은 라임자산운용 사기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또 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기 의혹도 새로 출범한 합수단이 넘겨받아 재수사할 가능성이 크다. 두 사건은 각각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연루 의혹이 불거졌지만 모두 불입건·무혐의 처분을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유임된 심우정(26기) 동부지검장도 조만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동부지검 차장검사로 ‘유재수(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을 지휘한 홍승욱(28기) 서울고검 검사는 신임 수원지검장으로 이 전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를 하고 있고, 성남지청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집 의혹 수사를 총괄한다. 수원지검은 경찰이 수사 중인 이 전 후보 부부의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 보완 수사 권한을 갖고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권력 수사를 막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친문 검사장들은 대부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되거나 기소돼 피고인 신분으로 전락했다. 이성윤(23기) 서울고검장과 이정수(26기) 중앙지검장, 이정현(27기) 대검 공공수사부장, 심재철(27기) 남부지검장은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