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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타벅스의 ‘불편한 노동’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1위 커피 기업 스타벅스의 노동 현실은 불편하고 열악했다. 매장 직원들은 노동 강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급여를 받고 있었고, 늘 불규칙한 업무 환경에 놓여야 했다. 지난해 10월 직원들이 시위를 벌여 경영진을 규탄했지만, 근본적으로 나아진 건 없었다. 

 

 

'청년 일자리 주역' 스타벅스... 그 어두운 그림자 

 

1999년 한국에 처음 들어 온 스타벅스는 20여 년 만에 국내 커피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에스씨케이컴퍼니)의 매출은 약 2조 3000억 원. 2위인 투썸플레이스가 4141억 원, 3위인 이디야커피가 2433억 원, 4위인 할리스커피가 1159억 원, 5위 메가커피가 879억 원이다. 2위부터 5위까지의 매출액을 모두 더해도 스타벅스 매출의 절반도 안 된다. 국내 커피업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강자다. 스타벅스는 재벌기업인 신세계 그룹의 계열사로, 신세계 이마트가 6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스타벅스의 매장 운영, 고용 형태는 다른 커피 기업과 많은 점에서 다르다. 일단, 가맹점을 두지 않고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한다. 매장 직원도 전부 스타벅스코리아 본사 소속의 정식 사원으로 직고용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두지 않는다. 스타벅스에 매장 바리스타로 입사하는 사람은 승진 제도를 통해 부점장, 점장, 십여 개 매장을 관리하는 지역 매니저로 올라갈 수 있다. 많은 청년들이 미래를 꿈꾸며 스타벅스에 취업했던 이유다. 

 

 

최근까지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이종수(가명) 씨도 약 3년 전 기대를 품고 입사했다. 이 씨는 "(신입사원) 교육 받을 때도 '여러분은 아르바이트생이 아니고 다 우리 정규직이나 마찬가지니까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시면 된다'면서 회사에서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의 주역'으로 보였던 화려한 브랜드 이미지의 뒷면은 어두웠다. 지난해 10월 스타벅스 직원들은 사측을 규탄하고 나섰다. 일명 '스타벅스 트럭 시위'였다. 당시 직원들은 과도한 업무 강도와 턱없이 낮은 처우, 열악한 휴게 여건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고객이 너무 많다는 거죠. 주말 같은 때는 정말 BDS(Beverage Display Screen)라고 음료 창이 떠 있는데, 그런데 창이 기본적으로 3페이지, 4페이지가 넘어가면 음료를 만들면서도 정말 지치는. 정말 끝이 없구나.

이종수(가명) / 전 스타벅스 매장 직원

 
초반에 퇴사하는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힘드니까. 인원도 부족하고 너무 바빠서 몸도 지치는데 고객들한테 또 상처받거나 화풀이 당하거나 그러면 너무 마음도 힘들고 심장이 막 터질 것 같이 뛰고요.

B 씨 / 현 스타벅스 매장 직원

 

트럭 시위 이후 스타벅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경영진은 개선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는 얼마나 변했을까. 

 

'트럭 시위' 이후도 여전히 열악한 '임금 구조'

 

취재 결과, 직원 휴게 공간 등 일부 여건은 개선됐지만,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근본적 요인들은 여전했다. 그 중 하나가 직원들이 적은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임금 구조였다.

 

스타벅스 매장 직원은 모두 4개의 직급으로 구성된다. 점장과 부점장, 슈퍼바이저, 바리스타 순이다. 점장과 부점장은 매장에 1~2명 정도 있는데, 연봉제로 하루 8시간 일할 수 있는 전일제 근로자다. 반면 매장 인력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슈퍼바이저와 바리스타는 시급제 무기계약직이다. 시급은 올해 기준 바리스타가 1만 원, 슈퍼바이저가 1만 500원이다. 기본 근무시간은 하루 5시간, 7시간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바리스타의 월급은 약 110만 원, 슈퍼바이저는 약 162만 원이다(한 달 영업일 22일 기준). 올해 기준 하루 8시간을 일하는 최저임금 근로자의 월급(약 161만 원)보다 적거나 비슷하다. '정규직'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문제는 이것도 최근에야 많이 오른 수준이라는 점이다. 여태까지 스타벅스 시급은 최저임금에서 많아야 300~400원 높은 정도였다. 딱 70원 높을 때도 있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코리아는 "각종 수당과 성과급, 식대보조 혜택 등을 합치면 바리스타의 급여는 134만 원, 슈퍼바이저는 203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리스타가 받는다는 134만 원은 여전히 최저임금 전일제 근로자의 월급엔 한참 못 미친다. 

 

스타벅스의 임금 구조에 따르면, 직원들이 계속 근무해 경력을 쌓는다고 해서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급은 오로지 회사에 의해 결정되고, 같은 직급의 직원들에게 모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1년 차나 2년 차나 직급이 같다면, 시급도 똑같다. 이종수(가명) 씨는 "12월 말에 회사가 '내년부터 바리스타, 슈퍼바이저 시급 이겁니다'라고 공지하면 그때 아는 거다. 회사가 시급을 올리는 기준은 최저시급이다"고 말했다. 임금을 올리는 유일한 길은 진급인 것이다.   

 

진급하시는 분들 중에 아무래도 돈 때문에 진급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요, 제 주변도 그렇고. 바리스타 월급으로는 살기가 힘드니까. 계속 이곳에 다니려고 한다면 진급해야 되는 거죠. 적어도 100만 원 후반, 200만 원 정도 벌려면 진급을 해야 되니까.

B 씨 / 현 스타벅스 매장 직원

 

하지만 진급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기회도 많지 않다고 한다. 앞서 설명했듯 스타벅스에선 처음엔 바리스타로 입사한 뒤 슈퍼바이저, 부점장, 점장으로 승진하는 시스템이다. 이중 연봉제인 부점장이 되려면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 역량평가, 필기시험과 1·2차 면접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점장 진급은 훨씬 더 까다롭다.

 

이종수(가명) 씨는 "지난해 말에 사원 번호를 검색해보니, 나와 함께 2018년에 입사한 사람 중 부점장으로 진급한 사람은 2~3명 정도였다. 그 해 입사한 사람은 10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부점장을 지낸 한 전직 직원은 "그동안은 스타벅스 매장 수가 엄청 빠르게 늘어 점장·부점장 자리도 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매장 증가 속도도 정체돼서 점장·부점장은커녕 슈퍼바이저 진급 자리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계속 버티거나 혹은 떠나거나

 

높은 승진 문턱을 넘지 못한 직원들은 계속 100만 원대, 많아야 200만 원 초반대의 월급을 받으며 버티거나, 지쳐 퇴사하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지가 없다. 진급은 잘 되지 않고 월급도 부족하니 수당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야근을 더 시켜달라'고 호소하는 직원까지 나오고 있다. 확인 결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제발 점장님이 연장근무를 더 시켜줬으면 좋겠다", "안 쉬어도 좋으니 휴일에도 불러달라"는 내용의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었다. 

노동 사건 전문가인 김승현 노무사는 스타벅스의 일자리가 '희망고문 형'에 가깝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금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을 봤을 때도 들어가고 싶은 일자리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희망고문 형에 가깝죠. '너희도 잘하면 (부점장·점장 진급) 할 수 있어.' 누군가는 살아남겠죠. 그런데 그 누군가는 굉장히 소수일 거고, 우리가 (전반적으로) 좋은 게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살아남을 수 있어, 영웅이 될 수 있어' 라는 시스템이 좋은 시스템은 아니잖아요. 생활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일자리가 돼야 좋은 일자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리 사회의 정규직이라고 부르는 일자리잖아요.

김승현 노무사

 

그렇다면 지난해 트럭 시위 이후 어떤 것이 변했을까. 스타벅스 측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직원들의 시급을 1만 원 이상으로 올려줬다. 그게 현재 시급인 1만 원(바리스타), 1만 500원(슈퍼바이저)이다. 또 바리스타와 슈퍼바이저 사이에 시급이 1만 200원인 '숙련 바리스타' 직급을 만들고, 시급이 9700원인 수습 바리스타(3개월)도 신설했다. 이게 전부였다. 그 결과, 현재 스타벅스 직원들은 적으면 100만 원대 초반, 연장근무를 해 많으면 200만 원을 갓 넘기는 월급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 직원인 B 씨는"트럭 시위가 끝나고도 변한 게 거의 없다. 오히려 인력이 부족해서 다들 너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종수(가명) 씨도 "트럭 시위 이후 사측이 '친구가 스타벅스에 입사해 3개월 만근을 하면, 친구를 데려온 직원에게 30만 원을 주겠다'는 정책도 걸었지만, 그걸로 친구를 데려온 직원은 많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타벅스 좋으니까 한 번 일해 봐'라고 말할 수 없는 거다. 특별히 임금이 확 오른 것도 아닌데 당연히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왜 스타벅스는 매장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5시간(바리스타), 7시간(슈퍼바이저)으로 정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일반 정규직 근로자처럼 하루 8시간을 일하게 해준다면, 월급이 조금이라도 더 올라 직원들의 생활도 나아질텐데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스타벅스의 '스케줄 근무'에 있다. 뉴스타파는 여러 전현직 스타벅스 직원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근무 일정표를 확보했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근무 형태가 매우 독특하고, 교묘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의 근무표를 재구성한 자료다. 일주일 동안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과 휴일 날짜가 기록돼 있다. 

 

 

자세히 보면, 직원들이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 다른 시간대에 출퇴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 이틀 겹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다르다. 게다가 이런 근무 일정은 일주일 단위로 매번 달라진다. 근무표가 일주일 단위로만 편성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 근무표에서 바리스타 1은 월요일 오전 6시 반에 출근해 낮 12에 퇴근했지만, 다음 주 월요일에는 다른 시간에 출퇴근 할 수 있다. 휴일도 매주 같은 날 쉬는 게 아니라 일주일 단위로 계속 바뀐다. 심지어 연장 근무를 언제, 얼마나 해야 하는지도 이미 근무표에 다 계획돼 있다.

 

이종수(가명) 씨는 이에 대해 "일주일 중 이틀을 쉬는데, 월화금토일 일할 수도 있고, 다른 주에는 월화수목금 일할 수도 있다. 연장근무도 스케줄 표를 보고 '아, 1시간 연장하는 구나'라고 나중에 아는 거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전 직원 A 씨는 "보통 이번 주 초에 다음 주 스케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주 단위로 언제, 얼마나 일해야 할지가 계속 달라지다 보니 직원들의 생활은 불규칙해질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 직원 B 씨는 "매번 근무가 달라지니까 학원을 다닌다든가 다른 일을 한다든가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족한 월급을 채우려 겸업을 고민하는 직원도 많지만, 역시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로 인해 어렵다고 한다. 이종수(가명) 씨는 "겸업을 하면 그쪽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점장한테 가서 무조건 '저 이 시간에 힘드니까 스케줄 비워주세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스케줄 근무의 '마법'... 인건비는 줄이고 이익은 늘리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스케줄 근무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불규칙한 생활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계속 스케줄 근무를 고수한다. 그 이유는 뭘까. 과거 '뉴욕타임스' 기사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일정 조정을 통한 스케줄 근무는 몇 번의 키보드 입력만으로도 기업이 인건비를 절감해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다. 스타벅스 등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회사 크로노스의 부사장인 찰스 드윗은 '이것은 마법과 같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 (2014.8.13)

 

왜 스케줄 근무가 '마법'인지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여기 직원 2명으로만 운영되는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직원 A는 아침 8시에 출근한다. 그리고 직원 B가 낮 12시에 출근한다. 두 직원은 함께 점심시간대 근무를 하고, 직원 A는 원래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오후 1시쯤 퇴근한다. 이렇게 되면,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점심시간대에는 직원 2명을 압축적으로 사용하고, 비교적 한산한 다른 시간엔 직원을 1명만 쓰게 된다.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 불필요한 인건비는 줄고, 영업 효율은 올라간다. 

 

그런데 이렇게 스케줄을 짜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게 있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기본적으로 짧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쁜 시간대에 직원들을 대거 투입했다가 한산할 때는 퇴근을 시키는 등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데, 직원 근무시간이 길면 그런 유동적인 스케줄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대부분 8시간 미만인 이유도 여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회사의 이윤을 위해 직원들은 적은 노동시간에서 기인한 낮은 급여를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스타벅스는 약 2년 전부터 하루에 딱 3시간만 일하는 직원도 뽑고 있다. 

 

김승현 노무사는 "압축적인 노동을 시키기에 적합한 구조를 만들어 놨다. 정규 노동자고 앞으로 성장 가능한 직업이라고 홍보하며 사람을 모집했는데, 일을 하는 방식은 소모품 성향이 있다. 압축적인 시간에 투입했다가 바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다른 사람으로 갈아 끼우는 식이다. 우리나라의 일반적 정규 노동자한테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스케줄 근무, 노동법 취지에 어긋난다

 

스타벅스의 스케줄 근무는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하루 8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는 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된다. 스타벅스 매장 직원 중 절대다수인 바리스타(일 5시간 근무)와 슈퍼바이저(일 7시간 근무)도 단시간 근로자라는 얘기다.

단시간근로자 보호법 17조(근로조건의 서면명시)에 따르면 "사용자는 단시간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일과 근로 일별 근로시간을 서면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단시간 근로자 표준 근로계약서도 출퇴근 시간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93조(취업규칙의 작성·신고)도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각, 휴게시간, 휴일, 휴가 및 교대 근로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작성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엔 "시업 및 종업시각은 사업장별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정해 운영할 수 있다. 각 사원의 시업 및 종업시각은 요일별 교대근무 계획에 따라 협의해 정하고, 개인별 근무일정표에 따른다"고만 돼 있다. 출퇴근 시간, 휴일, 교대 근로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사측이 마음대로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과 휴일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다. 

김승현 노무사는 "매우 이례적인 근무 형태"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개장 시간과 문을 닫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언제 손님이 몰릴지 언제 안 몰릴지까지 굉장히 예측 가능한 사업 영역이다. 그런 곳에서 이런 근무 형태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보통 이런 식의 스케줄 근무는 단시간 근로자에선 안 된다. 일하는 방식은 '풀타임 잡'으로 잡아놓고, 사실상 시간도 자유롭게 회사가 처분 가능한 상태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 법을 굉장히 교묘하게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김승현 / 노무사

 

스타벅스의 노동 문제를 지적해 온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스타벅스가 취업규칙에서 '출퇴근 시간이 협의 사항'이라고 정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기본적으로 업무 시간은 협의가 아니라 합의 사항이다. 회사의 재량을 너무 폭넓게 해석하고, 직원들에게 자율권은 그만큼 주어지지 않는다면 문제다. 회사 일정에 따라서 '너희 이때 와, 또 저때 와' 하는 것은 사람을 '블록' 취급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트럭 시위 이후에도 스타벅스의 소위 '스케줄 근무' 체계는 계속되고 있다. 

 

최대 영업이익률 기록한 스타벅스... 정신과 진료도 '사상 최대'

 

그동안 스타벅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상승했다. 2017년 1조 2634억 원, 1144억 원이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9년 1조 8696억 원, 1751억 원, 지난해 2조 3856억 원, 2393억 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017년 9.05%에서 2019년 9.37%, 지난해 10.03%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스타벅스의 직원 퇴사율은 계속 30%를 상회했다. 근로복지공단의 고용보험 상실 자료를 확인해보니 스타벅스의 퇴직률은 2019년 40.84%, 2020년 31.48%, 지난해 36.29%였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이미 18.33%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정신과 진료를 받은 직원의 수와 비율도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384명으로 전체 직원의 3.3% 수준이던 정신과 진료 직원 규모는 2019년 673명(4.2%)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743명(4.32%), 지난해에는 1207명(6.58%)이었다. 5년 만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직원의 비율이 2배나 증가한 것이다.  

 

한인임 '일과 건강' 사무처장은 "회사 내에 나쁜 시그널이 있다는 의미다. 직원들이 계속 불규칙하게 일하고, 계속 임금에 불만족스럽고, 계속 업무에 치이면 만성적으로 서서히 지표가 나빠지는 거다. 직원들로서는 이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되는데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정신과에 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커피업계에서 직원 처우가 가장 좋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류호정 의원은 "업계 1위 기업이 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겐 더 큰 해외 기업, 더 나은 곳들을 대며 성과를 요구하면서 노동 환경에 대해선 '저기보다 낫잖아'라고 얘기하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업종 특성상 다양한 근무시간 형태 필요"

 

뉴스타파는 스타벅스코리아에 연락해 직원 처우 문제와 스케줄 근무, 퇴직률과 정신과 진료 직원 비율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일 장시간 매장 운영을 해야 하는 특성상 다양한 근무시간 형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파트너 채용 시 스케줄 근무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하고 있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스케줄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직원들의 신청을 받고 상호 협의해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처우와 관련해서는 "수당과 복리후생, 식대보조 등 혜택을 합치면 급여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휴게공간도 올해 내로 대부분 개선할 계획이다. 퇴직률은 동종업계에선 낮은 편에 속하며, 정신과 진료 직원이 증가하는 부분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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