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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란 유학생 아이사 “히잡은 감옥···한국 온 후 한번도 쓴 적 없다”

주한이란대사관 앞서 ‘아미니 추모’ 시위
이란 정부 저항 의미 자신 머리카락 잘라

 

주)우리신문 김영태 기자 |  지난해 8월 한국 유학길에 오른 아이사(Aisa·24). 탑승한 비행기가 이란 상공에서 벗어났다는 기내 방송이 나오자 주변에 있던 여성들이 일제히 히잡을 벗었다. 히잡을 벗었을 뿐인데 여성들의 경직된 얼굴에 편안한 미소가 걸렸다. 아이사도 착용했던 히잡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아이사는 “자유를 향한 갈망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위로가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히잡은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 쓰는 두건의 일종이다. 이슬람 국가마다 각기 다른 형태의 히잡을 쓰지만 착용을 강제하는 나라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뿐이다.

 

아이사는 이란에서 태어나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6살 무렵부터 히잡을 썼다. 이란에서 여성은 히잡을 쓰지 않고 외출도 못 한다.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가 도시 곳곳에서 여성의 복장 등을 감시한다. 아이사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경찰에 잡혀가거나 남성들에게 갖은 모욕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외출이 너무 두려워 학교 갈 때 빼고는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사는 학교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질문하면 안된다고 교육받았다고도 했다. 인터넷으로 이슬람 문화에 대해 검색하면서 알게 된 불평등에 대해 질문하면 어른들은 그를 불편해했고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히잡을 ‘감옥’이라고 표현한 아이사는 “감옥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잖아요. 타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가는 곳, 히잡은 제가 원하지 않는 것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아이사는 이란의 ‘MIT’로 불리는 샤리프공과대학교에서 산업공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 했다. 한국에서는 카이스트 경영대학원(MBA)에 재학 중이다. 국내 그룹 엑소의 열혈팬인 그는 예쁜 한글 노랫말에 반해 4년간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

한국에서 안전하게 거리를 걷고 대학 축제와 콘서트 등을 경험하는 일상이 즐거웠던 아이사에게 고향 이란에서 벌어진 ‘아미니’의 죽음은 슬픔과 분노로 다가왔다.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22살의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했다.

죽음을 둘러싼 의혹과 분노로 이란 내 80여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는 이제 이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란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아이사는 “아미니의 죽음이 자신과 친구들에게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이라며 시위에 참여했다. 페르시아어, 한국어, 영어를 할 수 있어 시위대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성명서를 읽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아이사는 아미니를 추모하고 이란 정부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아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랐다. 아이사는 “우리의 자유에 비하면 머리카락은 아무것도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추모와 연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얼굴을 노출하고 시위에 참여하는 아이사를 걱정하지만 그는 “이란에서 시위하다 총에 맞고 죽거나 끌려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유로운 나라에 있으면서 더는 침묵할 수는 없다”고 말

 

 

아이사는 이번 사태가 여성문제, 히잡문제가 아닌 이란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히잡을 쓰는 여성을 존중 하지만 히잡 착용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 이란 정권은 여성 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향한 무력 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경찰이 테헤란시에 있는 샤리프공과대학교에 들어가 시위중인 학생들은 물론 도서관에서 공부중인 학생들을 향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총과 최루탄을 발사했다. 자신의 모교에서 벌어진 일에 충격을 받은 아이사는 트위터 등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도망칠 수 있는 경로 등을 실시간으로 알리며 새벽까지 잠들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란에서 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잇따라 행방불명 되고 있다. 아이사는 “아미니의 죽음을 처음 알린 기자 닐루파 하미디가 경찰에 연행된 이후 소식이 없다”며 “시위 중 무고하게 희생되는 사람이 없도록, 또 경찰에 잡혀간 이들이 무사히 풀려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아이사는 공부를 마친 뒤 이란에 돌아가 자유롭고 더 좋은 이란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위로 이란은 변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여성과 남성이 같이 시위하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함께 싸우고 있다”며 “자유에 대해 꿈꾸기 시작했고 더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긴 싸움이 되겠지만 마지막에는 우리가 이길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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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달말 우키시마호 유족 설명회…명부 내용·향후 계획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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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에 온 감사편지…"아내와 두 달은 족히 살겠습니다"
주)우리신문 서전결 기자 | "'일확천금' 일백육십만구천원, 아내와 두 달은 족히 살아가겠습니다." 지난달 말 강민수 국세청장 앞으로 한 통의 감사 편지가 도착했다. 근로장려금을 미처 신청하지 못했는데 국세청의 '자동신청' 제도 덕분에 예상치 못한 장려금을 받게 된 A씨의 사연이었다. 복지관에서 받는 급여 30만원으로 아내와 하루하루를 견딘 A씨는 근로장려금을 '일확천금'이라고 부르며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A씨는 편지에 "(근로장려금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국세청에서 신청했더군요. 우리 사회가 이렇게나 살기 좋습니다"라고 썼다. 15일 국세청에 따르면 저소득 근로자 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장려금 자동신청자는 지난 9월(반기신청 기준) 45만명으로 1년 전(11만명)보다 4배 넘게 증가했다. '근로장려금 자동신청'은 대상자가 1회만 동의하면 다음 연도부터 별도 절차 없이 신청이 완료되는 제도로 60세 이상 고령자나 중증장애인이 대상이다.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하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고령 등을 이유로 미처 장려금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올해 자동신청 동의자 74만8천명(정기·반기신청) 중 65세 이상은 68만5천명, 중증장애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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