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정종원 기자 | 브라질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세 번이나 안긴 ‘축구 황제’ 펠레(82)가 2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펠레는 이날 브라질 상파울루 앨버트 아인슈타인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그는 2021년 9월 대장암 수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최근 상태가 나빠져 지난 11월부터 이 병원에 입원했다. 앞서 의료진이 “항암치료 등 화학 요법이 더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주력하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펠레는 1940년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이드송 아란치스 두나시멘투’다. 평소 존경하던 골키퍼 ‘빌레’의 이름을 ‘펠레’로 잘못 발음한 해 애칭이 됐다.
펠레는 빈민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무명 축구선수였던 아버지에게 축구를 배웠다. 상파울루주를 연고지로 하는 산투스 FC 유소년팀에 입단했으며, 1956년 산투스 FC 선수가 됐다. 이후 브라질 리그 득점왕으로 발돋움했으며 1957년 브라질 국가대표팀으로 발탁됐다.
그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각인하며 스타가 됐다. 당시 17세 어린 나이로 4경기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브라질에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이란 영예를 안겼다. 펠레가 이끄는 브라질 대표팀은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2연패를 달성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은 그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로, 브라질은 또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이 1930년 시작된 이래 한 국가가 세차례 우승하는 건 최초였다. 개최국 멕시코는 펠레를 위해 우승컵인 줄리메컵을 별도 제작해 수여했다. 개인에게 우승컵이 수여된 예는 펠레가 유일무이하다.
올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펠레는 브라질 대표팀에 “우승 트로피를 들고 오라”고 격려했다. 그러나 브라질이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하면서 펠레는 고국의 통산 6번째 우승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게 됐다. 투병 중에도 월드컵을 지켜본 그는 이번 우승국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를 두고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또한 준우승을 거둔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에겐 “축구의 미래”라고 칭찬했다.
축구 황제를 잃은 브라질은 슬픔에 잠겼다. 취임을 앞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은 펠레의 등번호 10번을 언급하며 “펠레와 견줄 만한 10번 선수는 없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그는 또한 “세계에서 그보다 더 유명한 브라질인 거의 없을 것”이라며 “그는 단순히 경기한 게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았다. 고마워요, 펠레”라고 덧붙였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실도 성명을 내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이자, 훌륭한 시민이었고 애국자였다”고 애도했다.
브라질 대표팀의 네이마르는 펠레의 뒤를 이어 등번호 10번을 달고 뛰었다. 그는 “펠레 이전에 10은 하나의 숫자에 불과했다”며 “그 이전의 축구는 그저 스포츠였지만, 그는 축구를 예술로 바꿔놨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밝혔다. 이와 더불어 생전 펠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축구와 브라질은 왕(펠레) 덕분에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마법은 남아 있다. 펠레는 영원하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