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미국 내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동물용 마취제 ‘자일라진(xylazine)’을 섞은 마약을 오용하는 경우가 급증해 미국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일라진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수의사들이 말·소 마취제나 고양이 구토 유발제로 널리 쓰는 동물용 의약품이다. 1962년 개발됐고 상표명은 ‘럼푼(Rompun)’이다. 미국에서는 ‘트랭크(tranq)’ ‘좀비 약(zombie drug)’ 등의 속어로 불리기도 한다.
NYT에 따르면 자일라진을 펜타닐 등 마약에 섞어 주사로 투입할 경우 팔다리 등에 괴사 딱지가 생기는데,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을 시 팔다리를 절단하게 될 수도 있다.
자일라진 혼합 마약은 투약 시 여러 시간 동안 정신을 잃기 때문에 성폭행·강도 등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일라진을 아편류 마약과 섞어서 투약한 경우, 과량 투여했을 때 해독제로 쓰이는 ‘날락손(naloxone)’ 투여 등의 표준 치료 방식이 제대로 듣지 않을 우려도 크다.
자일라진 혼합 마약의 금단증상 역시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투 아티스트인 브룩 페더(38)는 NYT에 자일라진 혼합 마약을 투약했다가 뼈까지 상처가 번져 1년 전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그는 금단증상을 견딜 수 없어 여전히 해당 마약을 주사하고 있다.
5개월째 재활 치료 중인 다른 환자는 팔과 다리를 하나씩 절단한 어떤 환자가 절단된 다리의 남은 부분에 주삿바늘을 찌른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폐해가 큰 자일라진 혼용 마약은 미국 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NYT는 지난해 6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수도 워싱턴DC뿐 아니라 50개 중 36개 주에서 유통되는 마약에 자일라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마약 유통이 성행하는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경우 현재 유통되는 마약 중 자일라진이 함유된 사례가 90%를 넘는다는 검사 결과도 나왔다. 뉴욕시에서 유통되는 마약 샘플 중 25%에서도 자일라진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실제로는 이보다 더 널리 퍼져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NYT는 자일라진이 미국 내 규제 약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이를 포함한 약물 검사가 늘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실제 얼마나 퍼져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