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정숙 기자 | 서울시의회가 혼전순결을 강요하고 성 소수자의 존립 근거를 흐리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학생 관련 조례안에 대한 의견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교육계가 시끄럽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관내 초·중·고 교사들은 ‘서울특별시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이달 30일까지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최근 받았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5일 서울시의회 교육전문위원실로부터 의견조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서울 관내 초·중·고 교원들이 볼 수 있는 업무 시스템에 조례안 등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게시했다.
조례안에는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개인의 불변적인 생물학적 성별이다’, ‘태아의 생명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로 보호돼야 한다’ 등 학생, 교직원, 보호자가 지켜야 할 성·생명 윤리를 규정한 내용들이 주로 담겨있다.
‘성 정체성 혼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성매개 감염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적으로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은 절제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등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내용도 적혀있다.
아울러 학교 성교육의 목적은 ‘절제’라고 명시하고 교사,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이 이러한 성·생명윤리를 위반하면 학교장에게 제보하도록 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은 “헌법을 침해하는 괴상한 조례안”이라며 반발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례안이 인간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기본 논리로 삼고 있다”며 “의견을 낼 가치조차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같은 동료 의원으로서 창피하기 짝이 없다”며 “교육청 조례에 성관계를 규정짓는 이런 몰상식한 행동이 어디 있냐”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의회 측은 한 단체에서 조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을 뿐이며 해당 조례안이 발의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의회에서 의견조회를 한 후 시의원에 보고를 하면 의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발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내용 자체도 시대착오적이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성·생명 윤리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신고하고 제재하는 책임관 역할이 있다는 것”이라며 “학생인권조례에서 성 소수자 관련 조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극단적 반대 지점의 조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교사노조도 입장문을 내고 “해당 조례안은 의견을 낼 가치조차 느끼기 어려운 수준으로, 현장 교원들에게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며 “헌법을 침해하는 괴상한 해당 조례안을 당장 폐지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