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9 (목)

  • 흐림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4.1℃
  • 구름많음서울 26.8℃
  • 구름많음대전 24.2℃
  • 맑음대구 26.3℃
  • 흐림울산 25.0℃
  • 구름조금광주 25.9℃
  • 맑음부산 27.7℃
  • 구름조금고창 24.7℃
  • 구름많음제주 27.9℃
  • 흐림강화 24.8℃
  • 구름많음보은 22.9℃
  • 구름조금금산 23.9℃
  • 구름조금강진군 25.2℃
  • 흐림경주시 25.6℃
  • 맑음거제 25.5℃
기상청 제공

우리기자가 간다

[민통선 사람들] ⑧ 이북 그리운 실향민들의 안식처 통일촌 부녀회식당

장단콩·임진강쌀 등 특산품으로 음식 만들어
안보관광객·실향민·군인 등이 고객…한선희 부녀회장 "실향민들 오세요"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연예인 사인 걸어둔 거 아니에요. 세검정에 사시는 나이 지긋한 실향민 어르신이 밥 잘 먹었다고 이렇게 적어두고 가셨어요."

 

통일대교를 건너 경기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 마을에는 부녀회 회원들이 운영하는 '부녀회식당'이 있다.

 

1985년 장단면사무소 건물이 지어지면서 마을주민들이 파주 특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차렸다. 통일촌 부녀회가 운영을 맡은 식당은 내년이면 어느덧 마흔살이 된다.

지난달 19일 오전 이 식당에서 만난 한선희(67) 부녀회장은 단체 관광객의 점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부녀회장은 "170명의 단체 손님 때문에 오전 8시부터 출근해서 음식 준비하고 있다"며 "하루에 손님은 많은 날엔 200명, 적은 날은 150명 정도 온다"고 말했다.

 

부녀회식당에서는 72명의 부녀회원 중 한 부녀회장과 비교적 젊은 회원들이 장사하고 있었다.

 

전날 저녁에 손님 규모를 미리 파악한 부녀회장이 회원들에게 알려 3∼5명을 지원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은 민통선 안보 견학을 오는 손님과 군인, 실향민, 그리고 지역 주민이다.

 

민통선 지역 관광객에게는 부녀회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 하나의 코스로 자리잡았다. 관광버스를 타고 제3 땅굴과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등을 둘러본 후 식당에 들러 부녀회 회원들이 직접 재배하고 만든 정감 넘치는 음식을 맛본다.

 

메뉴는 손두부백반과 된장찌개, 제육볶음, 매운탕, 닭볶음탕 등 다양하다.

 

한 부녀회장은 "통일촌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파주 특산품 장단콩과 임진강쌀 등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제육볶음이 제일 잘 나간다. 우리 제육볶음은 불맛이 나서 특별하다"고 소개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부녀회식당에서 식사하는 군인과 주민이 많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던 권영한(85) 통일촌 노인회장은 "여기 식당이 최고다. 회장님 음식 솜씨가 좋아서 인근 부대 병사들도 오고 심지어 민통선 밖에서도 먹으러 온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실제로 이 식당에서 식사한 관광객 중 일부는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기도 한다.

 

한 부녀회장은 "식당만 다시 오고 싶다는 손님들은 군부대로부터 사전 출입 심사를 받은 뒤 우리가 봉고차로 직접 모시고 온다"고 전했다.

 

 

장단면 토박이인 남편과 결혼한 한 부녀회장은 통일촌에 거주한 지 45년.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2015년 부녀회장이 됐고 식당까지 운영하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그는 "처음엔 잘 몰라서 결혼하고 계속 집에만 있었는데 나와서 식당 일을 해보니깐 재미있었다"며 "관광객들이나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는 데 자부심이 생겨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이면 부녀회장을 맡은 지 10년이 되는 그를 주민들은 '만년 부녀회장'이라고 불렀다.

 

식당 계산대 옆 벽에는 '된장찌개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글이 붙어있었다. 유명 인사의 방문을 자랑하기 위해 붙여 놓는 일반 식당의 메모와 달리 사인이 없었다.

 

한 부녀회장은 "네 분의 실향민 어르신이 고향을 바라보기 위해 통일촌을 자주 찾았다. 이분들이 식사하고 가시면서 적어두고 가신 것을 붙여놨다"며 "자기 평생에 기억에 남을 만한 식사를 하고 간다는 말은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진 그의 말은 콧등을 찡하게 했다. "그런데 이분들이 안 오신 지 1년이 넘었어요. 아프신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한 부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인터뷰까지 마친 뒤에도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매달렸다.

 

"식당이 홍보되는 건 원치 않아요. 이북 고향이 그리워 오는 단골들만 있으면 됩니다."

 

 

 


정치

더보기
정부, 이달말 우키시마호 유족 설명회…명부 내용·향후 계획 공유
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최근 일본으로부터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받은 정부가 이달 말 유족에게 정식으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14일 우키시마호 유족회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은 오는 26일 우키시마호 유족설명회를 개최한다며 관련 단체 대표들에게 참석 수요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최근 외교부가 일본이 보유한 우키시마호 승선자 자료 70여건 중 일부인 19건을 전달받은 뒤 처음으로 유족에 정식으로 설명하는 자리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의 내용 분석과 입수 경위,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고 유족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유족 참석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 모처에 마련된 설명회 장소는 약 100석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 의향을 밝힌 한 유족은 "가서 뒤늦게 명부를 준 일본으로부터 정부가 해명이나 사죄를 받았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키시마호는 1945년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재일한국인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한 일본의 해군 수송선으로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승선자 명부가 없다고 주장해왔다가 지난 5월 일본 언론인의

경제.사회

더보기
국세청에 온 감사편지…"아내와 두 달은 족히 살겠습니다"
주)우리신문 서전결 기자 | "'일확천금' 일백육십만구천원, 아내와 두 달은 족히 살아가겠습니다." 지난달 말 강민수 국세청장 앞으로 한 통의 감사 편지가 도착했다. 근로장려금을 미처 신청하지 못했는데 국세청의 '자동신청' 제도 덕분에 예상치 못한 장려금을 받게 된 A씨의 사연이었다. 복지관에서 받는 급여 30만원으로 아내와 하루하루를 견딘 A씨는 근로장려금을 '일확천금'이라고 부르며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A씨는 편지에 "(근로장려금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국세청에서 신청했더군요. 우리 사회가 이렇게나 살기 좋습니다"라고 썼다. 15일 국세청에 따르면 저소득 근로자 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장려금 자동신청자는 지난 9월(반기신청 기준) 45만명으로 1년 전(11만명)보다 4배 넘게 증가했다. '근로장려금 자동신청'은 대상자가 1회만 동의하면 다음 연도부터 별도 절차 없이 신청이 완료되는 제도로 60세 이상 고령자나 중증장애인이 대상이다.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하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고령 등을 이유로 미처 장려금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올해 자동신청 동의자 74만8천명(정기·반기신청) 중 65세 이상은 68만5천명, 중증장애인은

국제

더보기

미디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