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염진학 기자 | 국제 금값이 올해 들어 30% 넘게 뛰었는데도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금값 강세를 두고 일각에선 달러화 영향력 약화와 국제 금융 체계 변화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국제 금값은 21일(현지시간) 장중 온스당 2천740달러(약 379만원)를 넘으며 사상 최고가를 또 갈아치웠다.
이날은 오전 9시 57분 현재 2천720달러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값은 올해 2007년 이후 최고 연간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년 전에 온스 당 2천달러 미만이었던 때와 비교하면 약 40% 치솟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동 지역 불안과 미 대선 결과에 관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주기에 들어선 점도 금값 상승의 배경이다. 금은 이자가 붙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갈 때 매력이 커진다.
올해 중앙은행들도 대거 금 매수에 나섰다.
세계 금 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중앙은행 금 매수량이 483t으로 역대 최대였다.
금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지난 5∼9월에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시티는 이날 금값 3개월 전망치를 온스 당 2천700달러에서 2천800달러로 올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6∼12개월 전망치는 3천달러다.
시티는 "미 노동시장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앙은행들은 계속 적극 매수하고 있기 때문에 금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티는 "최근 중국 소매 수요가 약해지고 미 금리가 오르는 추세였는데도 금과 은이 매우 강세였던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시티는 또 중동 지역에서 단기적으로 긴장이 고조돼서 국제 유가가 치솟는 경우에도 금값은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리 인하, 중앙은행의 수요 구조적 확대, 지정학적 위험과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대한 헤지 효과 등으로 금값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장기 추천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초까지 온스 당 2천900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UBS는 내년 목표 가격을 온스 당 3천달러로 잡고 있다.
저명한 경제학자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 총장은 금값 상승은 미 달러화의 영향력 감소와 세계 금융 시스템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 에리언 총장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에는 달러 기반 결제 시스템의 대안을 탐색하려는 관심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 배경으로는 미국이 세계 질서를 관리하는 방식에 관한 전반적 신뢰 상실과 함께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활용한 점,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쫓겨난 후에도 경제를 계속 운용하는 능력이 거론된다고 그는 전했다.
또, 중동 갈등과 관련해서 미국이 인권과 국제법 적용시 일관성이 없이 행동한다는 인식도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른 통화나 지불 시스템이 달러를 대체할 순 없지만 우회 경로가 더 많이 생기고 관심이 커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이 더 깊게 뿌리 내리면 이후엔 미국의 국가 안보도 약화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