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희종 기자 |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현실화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한국 간 협력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한의 파병과 관련, 보다 상세한 정보 공유를 위해 한국 정부가 나토에 대표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또 "나토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러북 군사협력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적극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보 공유를 위한 대표단을 신속히 파견하고, 한-우크라이나-나토 간 안보 협력 활성화를 위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가 처음 북한의 파병 의혹을 제기했을 때부터 공식적으론 줄곧 '확인 불가'라며 거리를 뒀다. 나토의 한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현재까지도 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북한의 파병을 공식 인정하는 것 자체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이 확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나토가 그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두 당사국 외에 제3국의 병력이 '공식' 참전하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파병으로 그간 서방이 분명히 선을 그은 직접적인 파병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사실상 국제전으로 번지게 될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의 발표 직후부터 나토의 시각에 변화가 감지된다
뤼터 사무총장은 국정원 발표 당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긴밀히 접촉 중이라면서 "북한군의 전쟁 관여 여부에 관한 현재까지의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이지만 물론 이 입장은 바뀔 수 있다"며 여지를 뒀다.
여기에 이날 윤 대통령에게 대표단 파견을 직접 요청하면서 본격적으로 북한의 파병을 검증·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토로선 한국과 협력 확대가 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파병에 강경대응을 천명한 한국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전장정보수집활용체계(BICES) 가입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돼 한국과 나토가 실시간 소통하며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뤼터 사무총장은 속도감 있게 진전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BICES는 원격으로 안전하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나토의 군사기밀 공유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BICES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으며 현재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는 이미 2022년부터 3년 연속 정상회의와 외교장관회의에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을 초청한 데 이어 올해는 처음으로 국방장관회의에도 IP4를 초청하는 등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향후에도 한국의 다양한 고위급 회담 참석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지난주 국방장관회의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그렇듯 방위산업 생산 혁신, 사이버 위협 등은 인도·태평양 파트너국들에도 방위산업은 중요한 문제"라며 "이에 대해 우리는 보다 긴밀히 협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각국 정상과 국방장관 등이 나토의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