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기운 기자 |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최근 몇개월간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떨어졌지만. 은행 이익의 기반인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는 오히려 두 달 연속 커졌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것과 달리 이례적 현상으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8월 이후 본격적으로 대출 금리를 올린 결과로 해석된다.
더구나 지난달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춘 이후에도 은행들이 줄줄이 예금금리만 하향 조정한 만큼, 10월까지 석 달째 예대금리차 확대 기조가 이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북은행 5%p 1위…4위 토스뱅크 1.81%p·5위 카카오뱅크 1.72%p
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9월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실제로 취급된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등) 제외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0.43∼1.05%p로 집계됐다.
예대 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로, 은행 수익의 본질적 원천이다.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대출·예금 금리 격차에 따른 마진(이익)이 많다는 뜻이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1.05%p)가 1위였고, 이어 KB국민(0.98%p)·하나(0.68%p)·신한(0.53%p)·우리(0.43%p) 순이었다.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의 9월 예대금리차가 5.00%p로 가장 컸다.
광주은행(2.60%p), 한국씨티은행(2.25%p), 토스뱅크(1.81%p), 카카오뱅크(1.72%p)도 2%p 안팎으로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8·9월 예대금리차 연속 확대…KB 0.98%p, 1년5개월만에 최대
전월 대비 예대금리차 추이를 보면, 5대 은행 가운데 NH농협을 빼고는 모두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커졌다. 대체로 올해 들어 시장금리 하락세와 더불어 줄곧 줄어들다가, 7월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흐름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7월 0.44%p에서 8월 0.71%p로, 9월 다시 0.98%p까지 뛰었다.
신한은행 역시 7월 0.20%p였던 예대금리차가 9월 두 배가 넘는 0.53%p까지 커졌다.
금리 하락기에는 보통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점을 생각하면 비정상적 흐름이다.
다만 NH농협은행의 9월 예대금리차(1.05%p)는 다른 4개 은행을 웃돌지만 8월(1.09%p)보다는 다소 줄었다.
은행권 예대금리차 수준 자체도 길게는 1년 전으로 거슬러 되돌아갔다.
KB국민은행의 9월 예대금리차(0.98%p)는 2023년 4월(1.13%p)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신한은행(0.53%p)은 5월(0.64%p) 이후 4개월, 하나은행(0.68%p)은 2월(0.71%p) 이후 7개월, 우리은행(0.43%p)는 6월(0.50%p) 이후 3개월 만에 최대였다.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금리 못낮춰"…SC제일은행 예금금리만 약 1%p↓
은행권은 8∼9월 예대금리차가 커진 주요 배경으로 이 시기 본격적으로 실행된 가계대출 억제 목적의 대출 가산금리 상향 조정을 꼽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 실제 인하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속에 시장금리가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가계 여신(대출) 위험 관리 차원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일시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예상에 따라 시장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예금 고객은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의 예금을 선호하고, 대출 수요는 장기 중심으로 늘어나 예대 금리차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10월 이후 예대 금리차가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11일 한은이 실제로 기준금리를 0.25%p 내려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것을 명분으로 NH농협·우리·하나·SC제일은행이 일제히 정기예금 등 수신(예금) 상품 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특히 SC제일은행은 거치·적립·입출금식 예금 금리를 한꺼번에 최대 0.8%p나 큰 폭으로 내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 어떤 이유에서라도 시장금리와 상관없이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된다면, 은행 자금 조달의 약 90%를 차지하는 예금의 금리를 낮출 급한 이유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기준금리나 시장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 주주 환원 등을 고려해 꾸준히 조달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방어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당분간 예대마진이 계속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