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고혁규 기자 |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는 여야가 고성으로 주고받는 거친 설전과 비아냥 발언 등으로 얼룩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김영선 공천개입 논란' 관련 통화 녹음을 고리로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공세를 펴자, 국민의힘은 이달 1심 선고가 임박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과 문제 제기로 맞섰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야당을 향해 "녹취를 반복해 틀면서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전에 탄핵 사유라고 우기고 있다. 이게 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감추기 위한 과정"이라며 "이 정도 단편적 녹취 내용이 공천개입의 증거가 될 수 있다면, 이 대표 수사야말로 (벌써) 끝난 것이고 바로 기소하면 된다"고 말했다.
같은당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이 마음이 조급해서 엄청난 헛발질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전날 녹음 파일을 공개한 박찬대 운영위원장을 향해 "선거 때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거절하나"라며 명 씨 의혹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발언 취지에 호응했다.
김 여사가 명 씨와 주고받았던 카카오톡 메시지의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표현과 관련,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도 지역에서 선거 많이 해봐서 알 텐데, 저도 지역에서 선거할 때는 '오빠'가 많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김 여사가 명 씨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중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발언을 두고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경악스럽다"고 말하자 "이재명 형수 욕설 틀어볼까요? 정말 경악스러운 건 이 대표"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윤종군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를 윤석열 정권으로, 최순실을 명태균으로 바꾸면 지금 상황과 너무나 똑같지 않나"라면서 정 실장을 향해 윤 대통령에게 '자진 하야'를 건의하라고 말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 사이에 한바탕 고성이 오갔다.
같은당 정진욱 의원은 "문제가 되는 '친오빠'는 오늘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과 궤변을 밥 먹듯이 하는 정진석 비서실장 같다"고 비꼬았고, 정 실장은 "굉장히 모욕적 말씀을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정부 출범 후 최저치(19%)를 기록했다는 이날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별로 걱정을 안 하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진짜 대통령은 윤석열이 아니라 김건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빠져나가니까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이 19%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정 실장은 "개혁신당 지지율이나 생각하시라"고 응수했다. 해당 조사에서 개혁신당 지지율은 2%였다.
정 실장은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논란에 대한 질의에도 "천하람 의원도 잘 아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아무 문제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이준석 대표랑 새벽에 사찰(경남 하동군 칠불사)에 가서 홍매화를 심고 그러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이준석 의원이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칠불사에서 김영선 전 의원과 명 씨를 만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 의원과 천 의원이 당시 현장에서 홍매화를 심는 사진이 공개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정 실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국회 모욕죄로 사과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고발 되게 좋아한다"며 비아냥 섞인 반응이 나왔다. 몇몇은 "홍매화, 홍매화"라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여야는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강혜경 씨와 동행한 노영희 변호사를 두고도 입씨름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 변호사가 민주당 김성회 의원에 다가가 귀엣말을 한 것을 두고 "노 변호사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만든 소나무당에서 비례대표를 받지 않았나"라며 유착 또는 증언 왜곡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변호인으로서 강 씨에게 충분한 발언 기회를 줄 것을 요청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맞섰다.
강 씨는 명 씨와 윤 대통령 내외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어느 순간부터 대통령 쪽에서는 선을 그었고, 그 이후로 김 여사와 계속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강 씨는 김 전 의원에 대해서도 "당선된 이후에도 김 여사와 통화하는 장면을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