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박현정 기자 | 강추위 속 매서운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했던 오늘(12.15. 목) 정오부터 약 40분 동안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전쟁전후 피학살자 전국유족회’(이하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및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등 19개 연대단체 회원 약 25명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이하 진실화해기본법)을 촉구하는 국회 앞 1인 시위가 어제 1,000회를 돌파하여 오늘로 1,001회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국회는 유족이 원하는 내용으로 진실화해기본법을 개정하고, 윤 대통령이 앞장서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윤호상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 의장은 ‘기자회견 여는 인사말씀’에서 “2013년 9월 26일 1인 시위를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갔다”면서 착잡한 소감과 함께 “그동안 국회는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 내기는커녕 민족최대의 불행인민간인학살에 관한 진상규명마저 정쟁대상으로 삼았다. 여야가 야합하여 엉터리 누더기 법으로 개정하여 국가범죄를 축소·은폐하기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윤호상 의장은 “헌법은 있지만 헌법을 지키지 않는 이상한 나라,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한 지 2년이 넘었지만, 결과물은 보잘 것 없는 나라, 과거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최악의 인사가 새로운 위원장이 되는 아주 이상한 나라, 바로 그것이 비통한 우리 현실”이라고 규탄하면서, “윤 대통령은 당장 임명을 철회하고, 국회는 상정되어있는 진실화해기본법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 줄 것을 백만 원혼들의 이름으로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송운학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상임대표는 “국민생명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한 것이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1,797명), 4.16 세월호 참사(304명), 10.29 이태원 참사(158명)로 생명을 빼앗긴 국민(2,259명)은 채 2,300여명이 되지 않는다. 한국전쟁 전후에는 이보다 백배, 천배에 달하는, 최소 30만 명, 최대 100만여 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비무장 상태에서 아무런 재판도 받지 못한 채 대규모로 잔인하게 학살당했다. 이토록 야만적이고, 반인륜적이고, 비극적인 범죄를 국가가 직접 저질렀다. 그리하여 우리국민은 언제 빨갱이로 몰려 생명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집단공포에 사로잡혔고, 이로 인해 독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현재 지구촌에서 출산율 꼴찌, 자살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빨갱이를 죽여도 되는 나라는 자유주의 또는 자유민주주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이를 말살하고 위협하는 반자유주의적 독재체제일 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송운학 대표는 “뜨거운 태양이 동터 올라 대지를 따뜻하게 해주기 직전인 새벽녘이 가장 추운 것처럼 국가가 자신이 저지는 불법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적절한 배·보상을 실시할 날이 멀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제가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고 악마에게 제 영혼을 팔아서라도 반드시 그런 날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찬란한 자유주의가 활짝 꽃필 그런 날이 온다면, 여기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을 포함하여 1인 시위를 전개하신 모든 분들을 모셔놓고 ‘여러분들이야말로 온전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낸 주인공이자 진정한 애국자이자 민주투사이자 유공자’라고 두 무릎을 꿇고 존경과 감사인사를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하는 오늘 발표한 기자회견문에 기초하여 일부 표현을 가다듬은 것이다.
진실화해기본법개정안 국회통과촉구 1인 시위 1,000회 돌파 기자회견문
국회는 유족이 원하는 내용으로 진실화해기본법을 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그렇게 되도록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라!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후 중반기로 접어들던 2010년 12월 31일 제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가 보고서 발간을 포함하여 모든 활동을 마감했다. 당시 진화위 설치와 활동 등을 법적으로 뒷받침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진실화해기본법)에 따르면, 조사신청기간 1년과 최초의 조사개시 결정일 이후 조사기간 4년 및 진상규명 마감 후 보고서 발간기간 6개월 등을 보장하고 있었다. 특히, 진화위가 진실규명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조사기간 만료일 3개월 전 대통령 및 국회에 보고하고, 2년 이내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진실화해기본법은 2005년 12월 1일부터 시행되었고, 송기인 제1기 진화위 제1대 위원장이 2006년 4월 25일 고양 금정굴 학살사건 등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집단학살사건 382건,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등 진실규명 신청사건 일부에 대해 첫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고로, 2010년 12월 31일 모든 활동을 마감한 진화위는 보고서 발간기간 6개월을 제외한다면, 고작해야 2개월 6일 정도 조사활동을 연장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겨우 실마리를 풀어가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사건을 비롯한 각종 인권침해사건들에 관한 진실규명이 하루아침에 전면 중단되고 말았다.
당시 이영조 제1기 진화위 제3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부당하고도 일방적인 진화위 활동마감 정책에 앞장서서 반대하고 어떻게 하든 그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이영조 위원장을 비롯한 제1기 제3대 진화위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는커녕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과 적대세력 희생유족 300여 명 및 정부학살 피해유족 300여 명 등을 동원하여 2010년 12월 1일 오후 2시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고유제 및 합동추모제’를 강행했다.
이 자리에서 적대세력 희생유족들과 정부학살 피해유족들 사이에는 싸움까지 벌어졌고, 정부학살 피해유족들은 결국 합동추모제 행사장을 이탈하여 같은 날 처음부터 기념관 밖에서 진화위 주도 합동추모제와 별도로 열렸던 위령제와 집회 등에 합류했다.
백범기념관 밖에서 별도로 열렸던 위령제와 집회 등은 진실규명과 유해 발굴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진화위 활동이 끝나는 것에 분노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이하 유족회) 등에 가입한 유족들로서 “진실화해위원회에는 진실도 화해도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이들 유족 주도로 결성된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긴급결의문’에서 “미신청 유족을 위해 신청기간을 연장하고, 진실화해위 활동을 계속”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유족회 등은 중단된 과거사정리 작업을 재개하고자 그 이후 전열을 재정비하여 광역별 설명회를 개최하고 국회토론회도 3회 실시하는 등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기본법(이하 진실화해기본법) 개정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했다. 또, 이 과정에서 완성된 개정안을 19대 국회 민주당에 제출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야당인 민주당은 갑론을박하면서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거나 상정한 이후에도 다른 현안에 밀려 법안개정작업을 계속 지연시켰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과거사복원은 암흑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를 타개하고자 유족회는 비장한 각오로 2013년 9월 26일 국회 남문 앞에서 "중단된 과거사를 복원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의 첫발을 내딛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처럼 오래 갈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및 공휴일 등에는 휴식을 취했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중단되는 우여곡절 끝에 바로 오늘 2022년 12월 15일 1인 시위가 마침내 1,000회를 돌파하여 1,001회를 기록했다.
만 10년은 채 못 되지만 햇수로는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이토록 긴 세월 동안 1,000회에 달하는 1인 시위를 이어오면서 겪었던 애환을 어찌 말로써 표현할 수 있으랴? 눈보라 북풍한설에 온몸이 얼음장처럼 굳어버렸고 폭우에 옷은 흠뻑 젖기 다반사였다. 그것은 눈물 없이 기록할 수 없는 기막힌 사연으로 가득 찬 대장정이었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서 제주 4.3항쟁 전야제까지, 5,18민주공원 앞과 노무현대통령사저 봉하 마을 앞을 거쳐 청와대 분수공원 앞까지, 마로니에 공원과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또 광화문 촛불항쟁현장에서 1인 시위의 불꽃은 멈추지 않고 타올랐다. 대구에서 또 부산에서 그리고 광주에서 유족들이 동시다발적으로 1인 시위 투쟁을 전개했다.
그동안 1인 시위에 참여했던 최봉규, 김규철, 정광채, 이지영, 박선규, 변동윤, 임윤옥 유족님들께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었으며, 또한 참여해주셨던 많은 분들이 자금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유족들의 의사에 반하는 진실화해기본법 개정안이 여야의 야합으로 엉터리법안으로 통과되었고, 제2기 진화위도 출범했다. 예견했던 그대로 엉터리 법안 때문에 진화위는 민간인 학살에 관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한국전쟁이 발생한 후 강산이 7번이나 변했다. 이제는 끝장을 봐야만 한다. 부모가 원통하게 죽고 간난신고를 견디며 죽지 못해 살아온 자식들마저 낙엽처럼 떨어져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죽어도 우리 후손들이 울울창창 번성하여 반헌법적, 반인륜적, 반인권적 집단학살과 억울한 죽임에 대한 국가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또 다시 광야에 나서기로 결단하고 유족회는 잠시 중단했던 1인 시위를 통한 입법촉구투쟁을 재개했고, 그 결과 21대 국회에서 몇몇 개정안이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되었거나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1인 시위 1,000회를 돌파하여 1,001회를 맞이한 오늘 뜻 깊은 국회현장 앞 기자회견에서 우리 유족회는 물론 그동안 뜻을 같이 하며 함께 했던 연대단체들은 아래와 같은 공동입장을 밝힌다.
우선, 국회는 더 이상 연로한 유족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지 말고 과거사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 및 이태원 참사도 중요하지만 73년 전 발생한 비무장 민간인집단학살은 국가범죄의 원조임에 틀림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학살규모 역시 다른 참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다. 원초적인 국가범죄인 집단학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는 이러한 참사가 계속 재발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공개질의하며, 요구한다. 유족회는 물론 거의 모든 민주국민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9일 매우 편향적인 관점을 가진 인사를 끝내 진화위의 새로운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윤대통령은 우리 모두 한발자국씩 쌓아온 민주화 역사를 발전시키기는커녕 후퇴시키려고 작정이라도 했는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무겁고 비통한 탄식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대통령이 유족과 민주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려고 하는 마음이 없다면, 집권여당과 제1야당을 상대로 유족 요구를 전면 수용해서 여야합의로 하루빨리 국회가 진실화해기본법을 개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밝히고, 협조를 요청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국정을 입법부 차원에서 뒷받침해야 할 집권여당이 22대 총선에서 반드시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오늘 국회 앞 1인 시위 1.000회를 맞이하여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한다. 국회는 유족이 원하는 내용으로 진실화해기본법을 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그렇게 되도록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라! 대통령이 앞장서라!
2022년 12월 15일
주최 :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연대단체(무순)
제주4.3 범국민위원회 /여순 10.19범국민연대/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노근리 희생자 유족회/진보연대/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선감학원아동인권 진실규명추진위/강제징집녹화사업선도공작진실규명주진위/사람일보/추모연대의문사특별위원회/(사)경산코발트민간인희생자유족회/국가보안법철폐거리행동/통일인력거/개혁연대민생행동/공익감시민권회의/국민주권개헌행동/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원불교 인권위원회/아시아 1인극협회 한국본부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