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신문 김경환 기자 | 수많은 별들 중에서 나는 너를 선택했고…나는 그저 달이고 너에게는 단지 소행성이다."
많은 별 중에서 눈에 띄는 별. 태양과 중력에 이끌려 그 주위를 맴도는 소행성, 달. 운명은 우리를 스쳐 지나갈까, 너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까.
578돌 한글날을 기념해 열린 연세대 한국어학당 '제30회 외국인 한글백일장'의 장원(연세대 총장상)은 독일에서 온 나탈리(24)씨에게 돌아갔다. 나탈리 씨는 놀란 듯 연신 손으로 입을 가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작을 낭송했다.
시상식은 지난 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국어학당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국어학당은 모든 수상자를 초대하면서도 어떤 상을 받는지는 비밀에 부쳤다.
나탈리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어떤 상을 받는지는 정말 몰랐다. 행복하고 혼란스럽다"면서 "놀라서 갑자기 한국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잊을 정도"라며 웃었다.
그의 작품은 사람 사이 사랑을 별과 태양, 중력에 비유한 시.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써 내려갔다고 했다.
나탈리 씨는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사귈 수 없을 것 같은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상을 받은 덕에 그에게 이 시를 보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심사위원장인 김현주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시선이 우주 차원으로 확장돼 깊은 울림을 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재학 중인 나탈리 씨는 오스트리아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2년 전 서울에 여행 온 뒤로 미래가 완전히 바뀌었다.
나탈리 씨는 "12살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들으며 한국을 알게 됐다. 처음 여행 왔을 때 편의점, 노래방도 많고 생활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화학 공부가 지루했고, 한국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1년 6개월이 된 그는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공상과학(SF) 소설을 쓰는 것도 꿈 중 하나다.
나탈리씨는 "SF 팬이라서 해와 달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는 '햇빛'"이라고 했다.
백일장은 시와 수필 부문으로 나뉘었으며 각각 별, 정류장이 주제였다. 66개국 1천400여명의 외국인과 교포들이 참가했다.